올해로 전력화 11주년을 맞았지만 그간 수출을 하지 못했던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의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KUH-1)이 마수걸이 수출을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수리온은 현재 UAE(아랍에미리트)와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며,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등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2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는 UAE와 수리온 수출을 두고 계약 규모, 기술 이전 범위 등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UAE는 해상 활동용 기동헬기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리온은 국내에서 군용뿐만 아니라 경찰, 해경, 소방, 산림 등 다양한 용도의 파생형 기체로 운용되고 있다. KAI는 해상 및 함상 운용이 가능하도록 개발된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30여대를 생산해 해병대에 납품한 전력이 있고, 바닷속의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헬기도 개발 중이다. UAE 정부가 해상 활동에 적합한 형태로 설계와 제작을 요청해도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셈이다.
신규 기동헬기 수요가 있는 말레이시아도 수리온 도입을 타진하는 국가로 꼽힌다. 말레이시아 공군은 미국 시코르스키사의 S-61A 헬기를 운용했는데, 노후화 문제로 지난 2020년 퇴역 조치한 뒤 이를 대체할 수송 헬기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5월 미국 시코르스키사의 UH-60A ‘블랙 호크’ 4대를 5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결국 전력 보강을 위해선 신규 헬기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KAI와 FA-50 경공격기 18대 도입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방산 협력 관계가 공고해진 현시점이 수리온 마케팅의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군 현대화 작업을 추진하는 베트남 역시 수리온의 잠재적 고객이다. 베트남은 그간 군 무기의 대부분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이 러시아를 제재하자 러시아산 무기 구매 비중을 줄여가고 있다. KAI는 지난해 베트남 항공우주 전문업체 VTX와 헬기 사업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현지 진출 발판을 마련해 둔 상태다.
수리온은 지난 2019년 필리핀 정부와 수출 막바지 단계까지 갔으나 록히드마틴의 자회사 시코르스키의 UH-60 블랙호크에 밀려 수출에 실패한 전력이 있다. 당시 한국 정부는 필리핀에 수리온 10대 규모를 제안했으나, 록히드마틴이 비슷한 가격에 UH-60 헬기 16대를 제안하며 가격 경쟁력에서 밀렸다.
정부는 국산 헬기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관련 조직을 만들어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4월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각 군,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방산업체 등이 참여하는 헬기 분야 수출 지원 협의체 ‘팀 H’(Team H)를 출범했다. 앞서 방위사업청은 팀 K2, 팀 K9·천무, 팀 FA-50 등 3개의 협의체만 운영해 왔는데, 헬기와 함정 부문에서도 신규 조직을 구성해 수출에 힘을 실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제 사회에서 무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선 수출의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며 “수리온이 수출되면 후속 기체인 LAH(소형무장헬기) 수출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