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동 리스크(위험 요인)가 겹치면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우려로 천연가스, 유가 선물 가격은 급등락을 반복하고 우라늄 가격은 치솟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 연료로 쓰이는 우라늄은 전 세계 원전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뛰기 시작했다.

23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2월 인도분은 전일보다 0.39달러(0.52%) 하락한 74.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말부터 연초까지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반등하는 추세다. 같은 날 3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0.51달러(0.64%) 하락한 79.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점령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마키이우카 변전소를 공격해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은 최근 도네츠크 일대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전날 WTI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26일 이후 최고치, 브렌트유는 한 달여 만에 80달러를 웃돌았다.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가 러시아 유류 터미널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러시아 석유·가스 업체 노바텍의 발트해 터미널은 드론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해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우크라이나가 향후 러시아 자원 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전략적으로 확대할 경우 유가, 천연가스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 속에 중국, 인도 등에 석유, 가스를 수출해 전쟁 비용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러·우 전쟁 발발 이후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평소보다 세 배 이상 치솟았지만, 지난해부터 점차 안정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야기한 중동 리스크도 가격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홍해, 호르무즈해협 등에서 분쟁이 격화하면서 글로벌 물류 공급망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해는 전 세계 물동량의 30%가 지나가는 핵심 항로다. 호르무즈해협은 에너지 수송의 관문으로 불린다.

영국 재무부는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이상 오르고, 천연가스 가격은 25% 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유 공급 우려가 심화하면서 국제유가가 올해 배럴당 80달러선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제시한 올해 WTI, 브렌트유 전망치 평균은 각각 배럴당 81.1달러, 84.4달러다.

그래픽=정서희

우라늄 가격은 2007년 이후 약 17년 만에 100달러선을 넘어서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1월 셋째 주인 지난 19일 기준 우라늄 평균 가격은 전주 대비 10.15달러(10.6%) 오른 파운드당 105.8달러다. 지난해 11월 둘째 주 이후 10주 연속 상승세다.

우라늄 가격이 급등하는 원인도 전쟁이다. 러·우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유럽 선진국을 중심으로 원전 가동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등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가동 시한을 늘리는 것은 물론 신규 원전 확대 계획도 잇달아 쏟아냈다. 영국은 2050년까지 원전 발전량을 기존의 4배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미국에서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는 만큼 향후 우라늄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원은 지난달 러시아산 저농축 우라늄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상태다. 러시아는 전 세계 우라늄 농축 설비용량의 절반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기준 미국은 전체 농축 우라늄 수입 24%를 러시아에 의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