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 가까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밀려 관심이 줄었던 수소 사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SK(034730), 현대차(005380), HD현대(267250) 등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수소에 투자해 온 기업들은 배터리 성장세가 잠잠한 시기를 기회 삼아 수소 띄우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9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국내 주요 참가 기업들은 올해 CES 핵심 화두인 인공지능(AI)만큼 친환경 에너지 기술을 소개하는 데 열을 올렸다. 그중에서도 수소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는 곳이 많았다.
그동안 대규모로 투자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당분간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수소를 비롯한 다른 친환경 사업으로 시선이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육성 정책 등에 힘입어 급성장한 국내 수소 산업은 인프라(기반시설) 부족, 높은 비용 등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려 있었다.
SK그룹은 이번 CES에서 인공지능(AI)과 탄소감축(넷제로)에 초점을 맞췄다. SK는 계열사별로 추진 중인 탄소감축 기술과 사업을 소개했는데, 핵심 중 하나가 수소였다. SK 전시관 체험거리 중 하나였던 수소연료전지 기차는 SK E&S 파트너사인 플러그파워, 엑센스와 협업한 결과였다. 기차가 통과하는 터널 내부 미디어월에서는 SK이노베이션(096770), SK에코플랜트 등 계열사의 수소 사업을 소개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CES 2024 미디어데이에서 수소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대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 등 모든 단계에 투자해 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단기적으로 수소차 넥쏘 후속 모델을 내년까지 출시하고, 장기적으로 다양한 수소 모빌리티를 선보일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수소 사회 전환을 앞당기겠다고 발표한 이유에 대해 “후대를 위한 준비 차원”이라고 답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수소에 대한 수요는 배터리 못지않을 것”이라며 “20년 전 배터리 전기차가 이렇게 될지 몰랐던 것처럼 수소를 끈기 있게 가져가 차별화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 2022년 이후 2년 만에 CES에서 사촌인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수소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정 회장은 HD현대 전시관을 방문해 정 부회장에게 수소 추진선 개발 시점을 물었고, 정 부회장은 “2030년에 첫 배를 띄우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 회장은 SK그룹 전시관에서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과 수소연료전지 기차에 탑승해 환담하기도 했다.
두산(000150)그룹도 수소 중심 무탄소 에너지 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두산의 미국 자회사 하이엑시엄은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시스템을 공개했다. 수전해는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이다. 두산에너빌리티(034020)는 2027년까지 세계 최초 400메가와트(㎿)급 초대형 수소전소터빈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