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후티 반군이 수에즈 운하 관문인 홍해를 지나가는 선박을 연달아 공격하면서 물류 차질이 심화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 운임이 급등하고, 운송 지연에 따른 공급망 위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2일 기준 1254.99로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는 일주일 전보다 14.8% 오른 수준으로, 지난 11월 25일 이후 약 13개월 만에 1200선을 웃돈 수치이기도 하다.
컨테이너 운임비가 상승한 건 국내외 주요 해운사의 홍해 항로가 막히면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하마스를 지지하는 후티 반군은 이달 초부터 홍해를 지나가는 이스라엘 선박은 물론 이스라엘과 관계없는 민간 선박들까지 공격하고 있다.
세계 1~3위 선사인 스위스 MSC, 덴마크 머스크, 프랑스 CMA-CGM 등은 안전을 위해 홍해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세계 8위 규모이자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011200)은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지나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희망봉을 지나는 우회로는 뱃길이 5000㎞ 이상 길고, 화물 도착일도 7~10일 늦어진다.
통상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 출발하는 컨테이너선과 중동 걸프만에서 나온 원유를 나르는 유조선은 유럽, 미국을 갈 때 수에즈 운하를 지난다.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는 전 세계 물동량의 약 12%,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를 차지한다.
여기에 파나마 운하 가뭄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해상 운임이 향후 더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동부로 향하던 주요 해운사들은 파나마 운하 가뭄을 고려해 수에즈 운하로 우회하고 있었는데, 다시 희망봉으로 노선을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물류회사 CH로빈슨월드와이드는 “일주일 새 25척 이상 선박이 수에즈 운하에서 희망봉으로 우회했다”며 “홍해의 전쟁 위험과 파나마 운하의 가뭄으로 내년 1분기 요금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선박 공간 확보를 위해 4~6주 전 예약을 권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