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의 한 화장품 대형 물류센터에서는 온라인 소매 고객들이 주문한 상품들을 배송하기 위한 오더 피킹(주문 집품)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에서는 작업자가 물류센터 내부를 돌아다니며 상품을 골라 담지 않았다. 대신 자율주행물류로봇(AMR)이 각 제품이 저장된 위치로 이동해 탑재된 화면으로 필요한 제품 수량을 보여주자 해당 구역을 담당하는 작업자가 주문 제품을 AMR에 적재했다. AMR은 곧 다른 주문 항목을 찾아 떠났고, 또 다른 AMR이 작업자에게 다가와 필요한 품목과 수량을 알려줬다.
18일 로봇·물류업계에 따르면 AMR 전문 업체 간에는 다품종 소량 출고 방식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오더피킹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 로커스 로보틱스가 업계를 선도하고 국내에서는 남사물류센터의 AMR을 공급한 트위니나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손잡은 플로틱 같은 로봇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오더피킹은 주문받은 물품을 창고 재고 위치에서 찾아, 이를 주문 단위로 모은 뒤 출하하는 과정이다. 창고에 저장된 위치로 제품을 찾아가는 과정과 찾아낸 제품을 출하 장소까지 이동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사람이 하던 단순 이동 업무에 로봇을 도입하면 효율을 높이면서 오작업을 줄일 수 있다. 또 한 명의 작업자가 할 수 있는 업무량을 늘리면서도 근무 여건을 개선할 수 있다.
이날도 4000㎡ 규모의 물류센터 안에서 트위니 AMR 6대가 지게차, 작업자와 움직이고 있었으나 매끄럽게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동 중 지게차나 작업자와 마주친 AMR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로봇이 스스로 이동하면서 위치를 파악하는 SLAM 기술 덕분에 위치 기준을 표시하는 별도 장치가 없어도 AMR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
트위니와 한익스프레스는 같은 물류센터에서 실증 중인 2세대 오더피킹 설루션도 이날 최초 공개했다. 로봇이 주문 단위로 곧바로 송장별로 구분된 상자에 오더피킹을 할 수 있는 ‘멀티피킹’ 설루션이다. 이 경우 오더피킹 후 배송처별로 분류하는 공정을 생략할 수 있어 다품종 소량 주문이 많을 때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기존의 오더피킹 설루션은 같은 종류의 제품 주문을 하나의 바구니로 모아 가져온 뒤 주문 단위로 포장하는 작업을 따로 진행해야 했다.
오더피킹 분야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AMR의 자율주행 성능 외에 주문량, 주문 빈도 등에 따라 적절한 동선을 제안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짧은 동선으로 송장에 있는 제품을 취합하면서 인기가 많은 항목에 로봇이 몰려 정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사물류센터 운영을 맡고 있는 중견 종합물류업체 한익스프레스(014130) 관계자는 “물류 현장에 취업자들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비숙련자도 늘어나는 상황이었는데 작업자 입장에서는 일하는 여건이 개선돼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면서 “오더피킹 물량과 빈도 등을 고려해 최적 동선을 추천해 주는 점, 매일 달라지는 물량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한익스프레스는 향후 트위니 나르고 오더피킹의 완성도가 높아지면 전국의 주요 물류 거점에 적극 도입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