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011790)의 동박 자회사 SK넥실리스가 LS(006260)그룹과 말레이시아에서 동박(銅薄) 원료 사업을 본격화한다. SK넥실리스는 지난 2017년 LS그룹이 매각한 LS엠트론의 동박 사업부로, 사모펀드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가 인수해 SKC에 넘겼다. 재무 개선을 위해 사업을 불가피하게 접어야 했던 LS 입장에선 전기차 시장 개화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동박에 대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넥실리스는 LS전선 자회사인 LS EVC와 말레이시아 합작법인 ‘쿠릭스’를 설립하고 현지에 840억원 규모의 동박 원료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LS EVC는 지난해 10월 LS전선이 전기차에 쓰이는 각선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신설한 회사다. LS EVC는 LS전선(55.91%)과 2대 주주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 44.09%)가 공동 경영하는 형태다.

구자은 LS그룹 회장. /LS그룹 제공

최근 쿠릭스는 SK넥실리스 코타키나발루 공장 인근에 8.6에이커(약 1만527평) 규모의 부지를 확보했다. 이는 국제 규격 축구장 5개를 합친 크기다. 이 공장에서는 동박 필수 원료 중 하나인 ‘그래뉼’을 연간 5만~5만6000톤(t) 규모로 생산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올해 10월에 가동을 시작한 SK넥실리스의 첫 해외 거점인 코타키나발루 동박 공장에 납품될 전망이다.

이번 협업으로 LS는 다시 한번 동박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LS엠트론은 2013년 경쟁사보다 이른 시기에 동박 사업에 진출했지만, 적자가 계속되면서 2017년에 매각했다. 당시 LS엠트론을 이끌던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매각에 반대했으나 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매각했다.

LS그룹은 배터리(이차전지)를 미래 주력 사업 중 하나로 제시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LS그룹은 LS MnM, LS-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을 중심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LS-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은 ㈜LS와 양극재 전문회사인 엘앤에프(066970)가 합작해 만든 회사다. 중장기적으로 배터리 원료부터 전구체, 양극재, 충전, 폐배터리 재활용 등 수직 계열화를 이루는 게 LS그룹의 목표다.

SKC는 LS엠트론이 3000억원에 매각한 동박 사업부를 약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SKC에 편입된 후 사명을 SK넥실리스로 바꿨다. 실적은 꾸준히 개선되는 추세다. 지난 2018년 말 기준 2500억원대였던 매출은 지난해 말 8101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76억원에서 912억원으로 증가했다.

당장은 전기차 시장 침체로 동박 시장이 주춤하고 있지만,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이견은 없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이차전지용 동박 시장은 2021년 27만t에서 2025년 75만t 규모로 연평균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동박 시장에서 SK넥실리스 점유율은 22%로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