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시간 내서 해외여행 갔는데 새벽부터 일어나서 관광지 돌면서 사진만 찍고 간다면 즐거울까요? 몇 시간씩 쇼핑센터에 던져져 있고 20명이 우르르 가서 김치찌개를 먹는다면요? 일정을 너무 빡빡하게 잡으면 여유를 즐기기 어렵죠. 여백이 있어서 먹거리든 볼거리든 나만의 특별한 시간을 만들 수 있는 패키지(묶음) 상품을 만들 겁니다.”
여행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이 올 초 신설한 CIC(Company in Company·사내독립기업)를 이끄는 육경건 대표는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위워크에 있는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마이리얼트립은 2012년부터 자유여행을 즐기는 젊은 층을 주요 고객으로 관광이나 체험 상품을 판매해 온 곳이다. 하지만 언어나 교통, 비용 등을 이유로 단체 여행에 대한 요구도 있다는 점에 착안해 거대 여행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패키지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여행업계에 30년 가까이 종사하며 하나투어(039130) 대표까지 지낸 육 대표를 영입한 건 이 때문이다.
육 대표는 20~30년 차 대형 여행사 출신 인력으로 패키지연구소를 만들고 최근 일본 삿포로, 괌, 사이판, 이탈리아 등 인기 관광지 중심으로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오는 1월부터 출발하는 일정이다. 일반 패키지처럼 항공권, 호텔이 기본으로 구성돼 있지만, 여행객들이 취향대로 즐길 수 있도록 테마별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삿포로 패키지는 항공권, 호텔 3박이 기본 구성으로 돼 있다. 어떤 상품은 여기에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하루짜리 버스 투어’가 추가된다. 또 다른 상품은 1박을 온천 호텔로 잡아 추위 속 힐링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행선지에 도착했을 땐 자유여행 시간을 충분히 주고 석식 등을 동선 내에서 자유롭게 예약해 즐길 수 있도록 한 것도 차이점이다.
육 대표는 ”패키지 상품에 대한 불만은 과도한 쇼핑과 빡빡한 일정, 식사를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 주류였다”면서 “여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간과 다양한 선택지를 주려고 했다”고 했다. 이어 “기존 여행사가 갖고 있지 않은 마이리얼트립만의 2만5000여가지 단품을 토핑으로 활용한 결과”라며 “불모지 같았던 이곳으로 온 것은 패키지 시장의 판을 뒤집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중심이었던 마이리얼트립은 패키지 상품을 팔겠다는 여행 대리점도 600여곳 확보한 상태다.
육 대표는 “개별 선택지가 있는 패키지 상품인 만큼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점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고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를 업데이트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마이리얼트립은 이용 연령대를 50대까지 확대한다는 포부다.
육 대표가 있는 마이리얼트립 CIC는 시장 규모가 큰 기업 여행 시장도 먹거리로 보고 있다. 우선 마이리얼트립의 단품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은 복지포인트 시장이 대상이다. 이미 삼성전자(005930), 넥슨, 농심(004370), 요기요, 골프존 등 굵직한 기업을 거래처로 확보했다. 육 대표는 “내년에는 기업의 모든 출장·여행 서비스를 전담하는 주거래 여행사 선정과 정부 입찰로까지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