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군이 기체가 손상된 미국산 전투기 F-35A의 신규 구매 비용보다 수리 비용이 비싸다는 이유로 도태를 의결하면서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양산 초도 물량을 감산해선 안 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최근 40대로 예정했던 KF-21 양산 초도 물량을 20대로 줄여야 한다는 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군과 업계는 전력 손실과 가격 등을 고려하면 기존 계획대로 양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KF-21은 부품 국산화율이 높아 외국 전투기보다 수리 비용이 적다.

대한민국 공군의 F-35A 전투기. /공군 제공

공군은 지난해 1월 비행 중 독수리와 충돌해 기체와 엔진, 조종·항법 계통 부품 다수가 파손된 F-35A 기체에 대해 최근 심의를 열고 수리 비용 과다를 이유로 도태를 의결했다. 해당 기체의 수리에 필요한 비용은 구매 비용인 1100억원보다 큰 1400억원으로 추정됐고, 소요되는 기간도 4년 이상으로 알려졌다.

외국산 전투기를 수리할 때 비용이 많이 들고 기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제작사가 기술 유출 등을 이유로 우리 군에 정비 권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외국산 전투기는 국내에 도입될 때부터 기술 보안을 이유로 주요 핵심 부품을 봉인한 채 들어오고, 해당 부품을 분해한 흔적이 있다면 위약금을 물리게 돼 있다”며 “고장 난 전투기를 수리할 때도 핵심 부품은 직접 정비하기 어렵고, 제작사 등을 통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공군은 2028년까지 KF-21 40대를 초도 생산해 전력화하고, 2032년까지 80대를 추가해 총 120대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군의 노후화된 F-4, F-5 기종을 대체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최근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이 KF-21 양산 초도 물량을 줄여야 한다는 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군과 업계의 고민이 커졌다. KIDA는 KF-21 개발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난 10월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아덱스(ADEX) 2023' 행사장에 국산 전투기 KF-21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군은 감산 시 항공기 교체 지연에 따른 전력 손실과 조종사 안전 등을 우려한다. 업계는 KF-21의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양산 물량을 줄이면 현재 대당 약 800억원으로 추정되는 제작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부품 국산화율이 높은 KF-21이 양산을 거쳐 군에 보급되면 정비 등에 드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KF-21의 부품 국산화율은 60~70%로 알려져 있고, 이 비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전투기 한 대를 수출하면 10대를 수출한 효과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투기는 후속 MRO(정비·수리·분해점검) 사업의 중요성이 크다”며 “KF-21은 부품 국산화율이 높기 때문에 자체 정비 가능 범위가 넓고, 외국 전투기보다 수리 비용과 기간도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