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011200) 인수를 위해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이 경쟁하는 가운데 하림은 시너지 요인으로 건화물(벌크)선을, 동원은 부산항 등 국내 주요 항만의 터미널 사업 경험을 꼽는다.

하림은 벌크선(석탄, 시멘트 등 포장하지 않은 화물을 그대로 적재하는 선박) 국내 1위인 팬오션(028670)을 인수 주체로 앞세웠다. 6월말 기준 301척의 선대를 갖춘 만큼 HMM을 인수하면 영업망이나 글로벌 해운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선박 연료 등 유지 관리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을 시너지 효과로 내세우고 있다.

팬오션의 벌크선./팬오션 제공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이 서로 다른 시장인 만큼 각 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도 기대한다. 지난주 컨테이너선 운임의 대표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지수(SCFI)가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1TEU당 1000달러 근처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사이, 벌크선 운임의 대표 지수인 발틱건화물지수(BDI)는 50% 이상 급등하며 지난해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벌크선 사업과 컨테이너선 사업을 함께 운영하며 시황 변동성을 완화하려 한다. HMM도 현대상선 시절인 2001년말 컨테이너선 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8.3%에 그쳤다. 나머지는 자동차 수송(21.4%), 원유·LNG 등 탱커(15.1%), 곡물 등 건화물(10.9%), 석탄·철광석 등 전용선(2.3%) 등이 채웠다.

그러나 2002년과 2014년에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자동차 수송 사업부(유코카캐리어스)와 탱커 사업부(현대LNG해운)를 차례로 분리 매각해 컨테이너선 중심의 해운사가 됐다. 지난해 기준 HMM은 매출액의 93.1%(17조3050억원)를 컨테이너선 사업에서 일으켰다. 벌크선 사업 매출은 5.9%(1조948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팬오션의 벌크선 사업 매출은 4조8238억원이다. 두 회사의 매출 구조를 단순 합산하면 컨테이너선 사업과 벌크선 사업 비중은 3대 1 수준으로 개선된다.

다만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모두 세계 경기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벌크선은 신규 공급이 제한되다 보니 일시적인 수요 증가만 있어도 운임이 크게 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계 경기가 불황에 빠지면 석탄과 철광석 등의 운송 수요도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컨테이너선의 과잉 공급 상황에서는 두 시장이 서로 보완할 수는 있으나 이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로엑스가 운영중인 부산북항 신감만부두./부산항만공사 제공

동원그룹은 부산북항 컨테이너 터미널(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과 육상 물류 사업을 운영하는 동원로엑스를 내세웠다. HMM을 인수하면 해운사가 종합 물류사로 진화하는 흐름에 맞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해운업 부침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항만 터미널은 선대와 함께 해운사의 핵심 역량으로 꼽힌다. 컨테이너선을 활용한 정기선 사업은 선박이 제 때에 도착하는 ‘정시성’이 중요하다. 해운사가 직접 보유한 터미널이 있으면 정시성 확보가 용이하다. 이와 함께 물류비의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하역 작업에서의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덴마크 머스크(Maersk), 프랑스 CMA-CGM 같은 최정상급 해운사들이 지난 2021년 한 해 동안 항만 터미널을 각각 16개, 9개 추가로 확보한 이유다. HMM은 현재 국내외 8개 터미널을 운영하거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터미널 외에도 철도 등 내륙 운송, 항공 물류, 창고, 포워더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종합 물류업체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 때문에 선복량 기준 세계 2위 머스크는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 붕괴를 눈 앞에 둔 상황에서도 세계 1위 MSC와 달리 적극적인 선대 확보에 나서지 않았다.

해운업계에서는 “머스크 사례와 직접 비교하기에는 동원그룹 물류사업의 규모가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원로엑스의 지난해 매출은 1조2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물류업계 1위인 CJ대한통운(000120)이 계약물류(CL사업) 부문과 글로벌사업 부문에서 일으킨 매출 합계 7조7000억원의 14%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