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배터리·태양광 산업이 빠르게 커지면서 관련 공정에 필요한 각종 기계를 생산·납품하는 한화(000880)그룹의 모멘텀(옛 기계) 부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화모멘텀은 올해만 벌써 78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새로 수주했고, 최근 생산력 확대를 위한 설비 투자를 예고하며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21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모멘텀은 올해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3% 늘어난 매출 1447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미국 태양광 모듈 라인 증설과 국내 2차전지 소성로(열처리 관련 장비) 증설로 매출액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미국 미시간에서 열린 배터리 사업 전시회 ‘배터리쇼 아메리카(The Battery Show North America)’에 참가한 한화모멘텀 부스 전경. /한화 제공

한화모멘텀은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만든다. 대표 제품으로는 양극재·음극재 등 각종 소재를 소성하는 ‘킬른’, 리튬이온배터리의 양극·음극을 생산하는 ‘코터’, 음극·양극·분리막을 지그재그 방식으로 적층하는 ‘스태킹 머신’ 등이 있다.

지난해부터 2차전지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한화모멘텀은 배터리 공정 사업 확장에 나섰다. 한화모멘텀은 지난해 이차전지사업부를 신설하고 류양식 전 삼성SDI(006400) 상무를 이차전지사업부장(전무)으로 영입했다. 류 전무는 삼성SDI에서 생산그룹장과 중국 시안 법인장, 헝가리 법인장 등을 지냈다. 한화 입사 전에는 삼성SDI의 양극재 생산 자회사인 에스티엠에서 근무했다.

한화모멘텀은 지난 9월 24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이를 전액 배터리 제조용 장비 생산에 사용할 계획이다. 증설 기간은 약 3년으로 이를 통해 늘어나는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목표다.

한화그룹이 강점을 보이는 태양광 시장의 확대도 한화모멘텀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인 한화솔루션(009830)의 큐셀 부문은 총 3조2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 달튼과 카터스빌을 잇는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솔라 허브’를 구축하고 있다. 한화모멘텀은 태양전지 셀, 모듈 공정 설비를 일괄 공급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데, 솔라 허브에도 장비를 다수 납품하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한화모멘텀의 수주잔고는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약 1조5068억원으로 지난해 말(약 1조1374억원) 대비 32% 늘었다. 한화모멘텀은 1분기 2216억원, 2분기 3240억원, 3분기 2316억원 등 올해에만 총 7772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 회사는 연말까지 수주잔고가 1조6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SDI와의 협력 관계도 강화되고 있다. 한화그룹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한화모멘텀의 내수 매출 중 31.4%가 삼성SDI와의 납품 계약에서 나왔다. 지난해 기준으로 삼성SDI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1%였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미국 인디애나주에 합작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인데, 여기에도 한화모멘텀이 장비를 다수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관계자는 “2차전지 장비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주요 업체들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을 위해 공정 및 설비를 바꾸고 있어 신규 장비 관련 투자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