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에너지저장장치(ESS) 선두 자리를 내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가 중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고도화해 시장 탈환에 나선다. ESS는 생산된 전력이 남을 경우 에너지를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 공급하는 저장 장치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극복할 대안으로 꼽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앞으로 5년 안에 ESS 부문 매출을 3배 이상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미국 내 3조원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생산 공장을 만들어 존재감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향후 추가 투자도 검토 중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관련 이미지. /LG에너지솔루션 제공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달 초 ‘제3회 배터리 산업의 날’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고 있는 ESS용 LFP 배터리 생산공장 투자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연간 16기가와트시(GWh) 규모로 건설되는 애리조나 공장은 올해 착공해 2026년에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삼성SDI(006400)는 지난달 26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ESS용 LFP 배터리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손미카엘 삼서SDI 중대형전지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ESS 사업 성장을 위해서는 LFP 배터리 생산이 필수적”이라며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완성도 높은 LFP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2009년 지속가능경영의 일환으로 처음 ESS 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성SDI는 각형, 원통형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 중심으로 ESS용 제품을 생산해 왔다. 지난 2020년 삼성SDI의 ESS 매출은 1조3000억원을 기록했고, 2021년에는 1조5000억원, 2022년에는 2조1000억원까지 늘었다.

한때 글로벌 ESS 시장에서 선두였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의 점유율은 급락하는 추세다. 중국 기업들이 가성비 좋은 LFP 배터리로 물량 공세를 펼친 결과다. 2020년까지만 해도 글로벌 ESS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점유율은 55%를 웃돌았지만, 2021년에는 36.3%, 지난해에는 14.8%까지 떨어졌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은 2021년 110억달러(한화 약 14조2934억원)에서 2030년 2620억달러(340조4428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외 주요국이 ESS 시장을 뒷받침할 각종 정책을 쏟아내는 가운데 배터리사가 집중하는 북미 시장 성장이 두드러진다.

미국 정부는 중장기 ESS 로드맵을 구성해 2030년까지 대규모 장기 ESS 비용을 90% 감축하기로 하고, 다양한 ESS 기술 개발에 투자하기로 했다. 현재 태양광과 연계된 ESS 배터리에 대해서는 세금 공제 혜택을 주고, 신축 주택에는 가정용 ESS 설치 권고와 함께 100% 수준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SK온도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ESS 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SK온은 사업보고서에서 “미국 지역과 신재생에너지 연계용 ESS에 집중하고 있다”며 “전기차 배터리용 셀 생산 라인을 활용해 가동률을 극대화하고 향후 ESS 전용 라인을 확보해 매출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차량 충전 사업용 ESS, 선박용 ESS 시장도 개척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