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완성차업체 포드가 전기차 투자를 축소하고, SK온과 설립을 추진 중인 두 번째 켄터키 배터리 공장 가동을 연기한다.전기차 가격 경쟁 심화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6주간의 파업 사태 끝에 노조와 임금 협상하는 과정에서 손실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켄터키주(州) SK온과 포드 합작사 블루오벌SK의 켄터키 공장 건설 현장./SK온 제공

26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포드는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후 전기차 투자 계획 일부를 잠정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포드는 당초 계획된 전기차 및 전기차 생산 설비에 대한 120억달러(한화 약 16조원) 규모 투자를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포드는 SK온과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설립을 추진한 켄터키주 두 번째 배터리 공장 가동을 연기할 예정이다. SK온은 지난해 포드와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하고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각각 1개, 2개 공장을 짓고 있다. 테네시 공장과 켄터키 첫 번째 공장은 예정대로 2025년 양산에 나선다.

올해 3분기 포드 전기차 사업부 손실 규모는 13억달러(약 1조7546억원)를 기록했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12억7000만달러를 웃도는 규모로, 3분기 말까지 누적 손실 규모는 31억달러(약 4조1859억원)다. 전기차 업계 1위 테슬라가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량을 늘리면서 가격 인하 압박이 심화한 결과다.

사업 불확실성 속 인건비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포드는 이날 미국자동차노조(UAW)와 파업 6주 만에 임금 합의안을 도출했다. 4년간 임금 25% 인상하는 것이 골자로, 포드는 첫해에만 임금을 11% 올리기로 했다. 이 밖에도 생활비 수당 인상, 연금 인상 등 협상 내용에 포함됐다.

이번 합의안을 토대로 산출하면 포드의 시간당 노동비용은 올해 67달러에서 계약 기간 마지막 해인 2027년에는 88달러까지 뛴다. 다른 완성차업체와 테슬라가 부담하는 비용은 50달러 중반대로 알려졌다. 연간 포드가 지출해야 하는 노동비용은 글로벌 영업이익의 13%인 15억달러(약 2조원)에 달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한편, UAE와 포드,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 등 완성차업체 3사의 파업은 양측이 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장기화됐다. UAW가 완성차업체 3사에 처음에 제시한 임금인상률은 40%였다. 당초 GM은 20%, 스텔란티스는 21.4%, 포드는 23% 조건으로 맞서면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포드가 제시한 잠정 합의안이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