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한국전력(015760) 사장은 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처럼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오전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기자단 간담회에서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라며 “금통위에서 금리를 결정하면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지 못하는 것처럼 전기요금도 그런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독립 기구를 만들면 어느 정부든 국정운영을 하면서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을 낮출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동철 한전 사장 /뉴스1

김 사장은 이날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한전 정상화를 강조했다. 한전은 지난 2분기(연결 기준) 2조27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 이후 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 한전의 누적 적자는 약 47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차입금이 131조4000억원에 육박하면서 하루 이자 비용만 약 118억원에 이른다. 한전은 지난해 6월 기획재정부로부터 ‘재무 위험기관’으로 지정됐다.

김 사장은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과 탈원전 등으로 전력 원가는 폭등했지만, 전기요금은 동결되면서, 한전은 회사 존립이 흔들리는 절대 위기에 처해 있다”라며 “한전의 재무위가 극복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가적인 에너지 과소비를 없애고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는 차원에서 전기요금 정상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 요구에 앞서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선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지난해 의정부변전소 부지를 매각했으며 정원 감축, 사내 복리후생 축소, 부동산 매각·임대 등 총 26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추진해왔다.

김 사장은 “인력 효율화, 추가 매각 가능 자산 등 특단의 2차 추가 자구안을 만들고 있는데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는 규모”라며 “2~3주 내로 발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한전의 역마진 해소를 위해서는 전기요금이 현재보다 kWh(시간당 킬로와트)당 25.9원이 더 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당초 정부 약속대로 이행한다면 금년 (kWh당) 45.3원을 인상했어야 하는데, 인상한 것은 (목표에) 못 미쳤다”며 “(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수준의) 기준연료비라도 인상하려면 (kWh당) 25.9원의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전 측은 국제 연료 가격 폭등으로 구매전력비가 2020년 45조6000억원에서 지난 92조8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7.7배, 석탄 6배, 유가 2.3배 상승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이어졌다. 이탈리아는 2020년 대비 지난해 가정용 전기요금이 702% 증가했으며, 영국(173%) 독일(46.5%), 일본(44.4%) 전기요금이 급증했다.

김 사장은 “전기요금 부담을 부채로 충당하고 있는데 사채 등 차입이 막히게 될 수 있는데 이제는 결단이 좀 필요한 시기”라며 “연료 수입으로 국제수지에 부담을 주고 사채는 시장 교란으로 채권금리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큰 만큼 적정 수준의 전기료 인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앞서, 김 사장은 지난 20일 취임 직후 간부들에게 “직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일 때까지 이번 추석 연휴를 포함 휴일을 모두 반납하겠다”라며 “24시간 본사를 떠나지 않고 핵심 현안을 챙기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임기 첫날 ‘워룸(비상경영 상황실)’이란 이름을 붙인 사장실에 간이침대를 들여놓고 실제 숙박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