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는 최근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 협력사 ㈜STS로보테크로부터 500억원대 투자 약속을 받았다. 국내 최초 대규모 로봇 실증 인프라인 ‘국가로봇테스트필드’를 유치한 저력을 다시 과시했다. 업계에서는 대구를 ‘로봇수도’로도 부른다.

2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로봇 시스템 통합(SI·로봇 팔과 그리퍼, 관련 소프트웨어 등을 수요처에 맞게 조합해 제공하는 일) 회사인 STS로보테크는 오는 2025년까지 544억원을 투자해 본사 및 연구개발(R&D)센터, 로봇 제조공장을 수성알파시티와 대구 국가산업단지에 신설한다. 국가산단에 들어설 로봇 제조공장에서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신제품인 서빙로봇과 협동로봇 등을 위탁생산할 예정이다.

대구 테크노폴리스에 있는 HD현대로보틱스 내부 교육센터./박정엽 기자

STS로보테크는 부산 사상구에 본사와 공장 3곳, 계열사 2개를 둔 부산 향토기업이다. 로봇 사업을 확장하려고 했지만, 부산시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대구시가 알짜 부지와 로봇 관련 인프라를 앞세워 유치전에 나섰고, STS로보테크는 대구행을 결심했다. 김기환 STS로보테크 대표는 “대구시청이 전담 공무원을 붙여주고 원스톱 행정 지원을 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대구에 투자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는 경남 창원, 대전, 인천 등 내로라하는 로봇산업 도시와의 경쟁에서도 앞섰다. 지난 8월 23일에는 대구 테크노폴리스에 들어설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물류·상업 시설, 가정 등에서 쓰이는 로봇의 실내외 주행 성능 등을 실증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이 약 1800억원의 국비와 시비 지원을 받아 들어선다.

‘로봇수도’의 명성은 약 20년간 3명의 대구시장이 로봇산업 육성이라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지킨 결과다. 대구를 떠받치던 섬유산업이 2000년대 들어 흔들리자 지역 경제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첨단산업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경상남도 경제부지사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문승욱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대구시 공무원들은 2010년 이전부터 로봇 산업 유치에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전했다. 2010년대까지 중공업·기계 등 제조업 생산이 유지된 경남 창원과 온도차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지난달 21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STS로보테크 연구시설 및 로봇 제조공장 건립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투자협약 후 김기환(왼쪽부터) STS로보테크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이정호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대구시 제공

대구는 2010년 로봇산업 지원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인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을 유치했다. STS로보테크를 시청에 처음 소개한 곳도 로봇산업진흥원이다. 2014년 야스카와전기(일본)와 스토브리(스위스), 2015년 쿠카(독일), 2017년 현대로보틱스(한국), 2018년 ABB(스위스) 등 세계적 산업용 로봇 회사의 한국 거점, 연구소, 테크센터 등을 유치하며 ‘클러스터’에 걸맞는 모습을 갖췄다.

삼익THK(004380) 같은 직교좌표형 로봇 회사, LS메카피온(모터), 아진엑스텍(059120)(모션제어·로봇제어) 등의 부품사, 유엔디 등 그리퍼(로봇 팔의 손목 아래에 해당하는 부품) 회사의 본사도 대구에 있다. 대구시는 ‘로봇 가치사슬 확장 및 상생시스템 구축 사업’ 등을 통해 현대차(005380) 연구원들이 독립해 세운 모빈(배송로봇)이나 도구공간(순찰로봇) 등의 서비스 로봇 회사까지 유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