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부터 시행되는 유럽연합(EU)의 탄소 국경 조정 제도(CBAM)를 앞두고 국내 철강 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도 도입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면서 정부에 탈탄소 철강 산업 기반을 마련을 촉구했다.

19일 한국국제경제법학회와 법무법인 태평양은 ‘자국 우선주의 시대 한국 철강산업의 생존확보를 위한 제언’ 학술대회를 열었다. 행사에는 이진우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권소담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심영규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참여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본부.

전문가들은 EU가 다음 달부터 2년간 시범 운영하는 탄소 국경 조정 제도가 철강 업계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U로 수출하는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 등의 탄소 배출량에 배출권거래제와 연계된 탄소 가격을 부과하는 제도다. 미국도 이와 비슷한 ‘청정경제법(CCA)’ 도입을 준비 중이다.

권소담 변호사는 “철강산업은 가격이 중요한 소재 산업이므로 원가 우위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에너지 절감을 비롯한 정부의 환경 정책이 원가 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철강기업 구조조정에 나선 중국 사례를 들며 “(중국은)탄소피크제 실시나 철강 제품에 대한 수출관세를 올려 과잉 생산을 억제하고 있다”고 했다.

심영규 교수는 “한국 철강 산업은 미국과 EU 등 국가들이 실시하는 탄소무역장벽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며 “철강 산업이 탈탄소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진우 수석연구원은 “우리 철강업은 제조업 경기 침체와 중국 부동산 위기, 중국의 철강 과잉 생산 등 3중고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의 철강 수입 장벽이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지적하며 “철강재에도 엄격한 산업 표준을 세워 비관세 장벽을 높이고, 미국·유럽의 환경 규제와 비슷한 새로운 장벽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