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말 기준 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선 한국전력(015760)공사에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한전은 지난 5월 ‘역마진 구조(전기를 팔수록 손해인 구조)’에서 간신히 탈출했지만, 최근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력 구입비용이 커지고 있다. 한전은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 일반 가구에 공급하는데, 전기요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어 고유가에서는 역마진이 발생한다.

19일 한전이 공개한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7월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인 구입단가는 킬로와트시(㎾h)당 158.5원,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판매단가는 ㎾h당 165.7원으로 집계됐다. 한전의 이익은 ㎾h당 7.2원이다.

서울 시내의 한 상가 밀집지역 외벽에 전력량 계량기가 달려 있다. /뉴스1

한전은 2021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19개월 동안 단 한 차례(2022년 6월)를 제외하곤 매월 역마진을 기록했다. ㎾h당 역마진 폭(판매단가-구입단가)은 2022년 9월 -70.75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역마진 구조 탓에 한전은 2021년 이후 누적으로 45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은 지난 5월 판매단가가 구입단가를 ㎾h당 6.4원 앞지르며 역마진 구조에서 벗어났다. 6월에는 ㎾h당 이익이 31.2원까지 올랐는데,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7월 이익은 급격히 줄었다. 한전의 전력 구입단가는 6월에 ㎾h당 129.8원이었는데, 7월에는 158.5원으로 22% 증가했다.

세계 3대 유종인 두바이유,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모두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서 한전의 전력 구입단가가 오르자 정부는 4분기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한전은 지난 18일 4분기 전기료 인상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연료비 조정 단가 산정 내역 등 기초자료를 정부에 제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획재정부와 인상 여부, 시기 및 수준 등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 부채는 2027년 약 2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채권 등 채무에 대한 연간 이자비용은 올해 약 4조원에서 2027년에는 5조원을 돌파해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 동안 이자 비용만 약 2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와 한전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올해 전기요금을 ㎾h당 51.6원 올려야 한다고 추산한다. 지난 상반기까지 ㎾h당 21.1원을 올렸다. 4분기에 ㎾h당 30원을 더 올리면 4인 가구(평균 전력사용량 304㎾h 기준)의 한달 전기요금은 약 9000원 더 오른다.

정부 관계자는 “인건비와 송변전선로 등 유지비를 감안하면 ㎾h당 약 10원이 남아야 현상유지가 가능하다”며 “추석을 앞두고 있어 전기료 인상 여부는 10월 이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