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울산 지역 그린 사업에 약 8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울산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2023 울산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후변화 때문에 탄소감축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SK그룹 차원에서도) 그린 쪽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SK그룹 내 계열사를 모두 합쳐 보니 앞으로 계획이 잡혀 있는 그린 사업 투자가 울산에서만 약 8조원 규모”라며 “모두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투자였다”고 설명했다.
SK그룹과 울산상공회의소는 이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함께 만드는 울산의 미래’라는 주제로 2023 울산포럼을 개최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포럼에 참석한 기업, 학계 등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청년 일자리 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현상 등에 대해 논의했다.
최 회장은 울산을 중심으로 한 국내 제조업 환경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 제조업, 울산이 처한 형편이 사실 과거 같지는 않다”며 “앞으로 상황은 더 터프(tough)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은 과학기술을 비롯한 모든 것을 동원해 매년 코스트 다운(가격 인하)을 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그동안은 우리가 기술력 측면에서 중국을 앞섰지만, 중국이 가격 경쟁력으로 계속 압박한다면 시장을 상당 부분 잃어버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조업의 디지털화가 필요하다”며 “한국이 제조업을 잘한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고, 앞으로 이를 뒷받침하려면 가격 효율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ESG 경영에 대한 소신도 재차 드러냈다. ESG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ESG 경영에 대한 부담이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 회장은 ESG를 비용 아닌 사람 문제로 풀어낼 때 기업들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조언으로 답했다.
최 회장은 “탄소 배출량,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 등 ESG가 요구하는 기준만 따라가다 보면 비용과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ESG가 돈 들어가는 일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쉽게 접근하면 E, S, G는 모두 사람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S는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자는 것”이라며 “성별, 나이에 대한 차별을 줄이고, 가능하면 외국인 노동자 처우도 존중해 주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이어 “G도 지배구조라고 하면 굉장히 딱딱한 말 같지만, 사실 회사 내부 사람들 간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는지의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