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립 중인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력계획)에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단지의 전력 수요가 반영될 전망이다. 올해 1월 발표한 10차 전력계획에는 반도체 단지의 수요가 빠져 과도하게 보수적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는 2050년까지 10GW(기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한 반도체 단지를 앞세워 신규 원전 6기 이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14일 에너지 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산업부는 연말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단지에 대한 전력 수급 로드맵을 수립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로드맵은 2024년에서 2038년까지 적용될 11차 전력계획에 포함될 전망이다. 전력계획은 중장기 전력수요를 전망하고 이에 따른 전력설비를 확충하기 위해 2년 주기로 수립하는 행정계획이다. 산업부는 11차 전력계획을 당초 예정보다 6개월 앞당겨 내년 상반기에 발표하기로 했다.

그래픽=손민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을 위해선 2030년 말까지 0.4GW의 전력이 필요하다. 5개 생산라인이 가동되는 2042년에는 7GW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산업단지 조성과 기업 투자가 마무리되는 2050년에는 10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 이는 신규 원전 7기에 해당하는 발전량이자 현재 수도권 전력 수요(40GW)의 4분의 1에 달한다.

정부는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수급을 3단계로 설계하고 있다. 우선 반도체 단지 내부나 인근에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를 섞어 쓰는 수소 혼소 발전소 6기를 건설해 초기 수요를 충당할 방침이다. LNG 발전소는 건설 기간이 2~3년으로 짧고 반도체 단지에서 사용할 열을 함께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정승혜(왼쪽부터) 산업부 전력계통혁신과 과장,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 김재열 삼성전자 부사장, 김태옥 한전 부사장 등이 용인 첨단전략산업단지를 둘러보고 있다./한전 제공

2단계는 강원도의 석탄화력발전과 경북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강원·경북과 수도권을 잇는 고전압 직류송전선로(HVDC) 확장이 필요하다. 현재 경북 울진의 신한울 1호기가 가동 중이며 2호기도 시험가동을 거쳐 내년 상반기 상업운전을 계획하고 있다. 신한울 3·4호기도 2030년대 중반을 목표로 건설을 재개한 상태다.

마지막 3단계는 호남 지역과 수도권을 잇는 서해안 해저 송전선로 구축이다. 해남 등 호남 지역의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되는 전력을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신안에서는 8.2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해저 송전선로는 육상보다 공사비가 비싸지만 주민 수용성 문제가 적어 사업이 빨리 진행될 수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팹(공장) 내부. /삼성전자 제공

다만 국내 송·배전망을 설치·관리하는 한국전력(015760)의 부채가 201조원을 넘어선 만큼 조 단위의 투자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2022~2036년)에 따른 배전 설비 투자 규모는 31조원으로 추산된다. 11차의 경우 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2차전지 등 첨단산업 단지의 신규 수요 전력을 내년 상반기에 발표할 11차 전력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