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가 2028년까지 군 현대화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내 방산 업체들이 수주전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는 전투기와 잠수함을 도입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과 한화오션(042660), HD현대중공업(329180) 등이 출사표를 던질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테러, 자국 해역 보안 및 내부 위협에 대한 대처 능력을 높이기 위해 2013년부터 2028년까지 15년에 걸쳐 군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총 세 단계로 나눠 신규 무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1단계(2013~2017년)·2단계(2018~2022년) 사업은 현재 마무리돼 총 42개, 980억페소(약 2조2800억원) 규모의 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8월 필리핀 세자르 바사 공군기지에서 열린 창군 75주년 기념행사에서 필리핀 공군의 FA-50PH(왼쪽)와 한국 공군 특수비행단 블랙이글스의 T-50B(오른쪽)이 우정 비행을 선보이고 있다. /KAI 제공

이르면 올해부터 시작될 3단계 프로그램도 순조롭게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필리핀 정권이 바뀌면서 사업 유지 여부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새 정부도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다. KOTRA 마닐라무역관은 “지난 5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틴 고메즈 로무알데즈 필리핀 하원의장은 현 행정부와 입법부가 군의 현대화 프로그램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음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미 필리핀에 FA-50 경전투기를 수출한 이력이 있는 KAI는 추가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필리핀은 지난 2014년 정부 간 계약방식으로 FA-50PH 12대를 구매했으며 2017년 인도 후 성공적으로 전력화했다. FA-50PH는 2017년 필리핀 마라위 전투 당시 큰 활약을 펼쳐 필리핀군으로부터 ‘게임체인저(GAME CHANGER·흐름의 판도를 바꾸는 중요한 제품)’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필리핀 공군 대변인 메이나드 마리아노 대령은 “FA-50PH 12대를 추가 검토하고 있으며, 다목적전투기인 KF-21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KAI 관계자는 “FA-50은 이미 실전 성능이 검증됐고, 필리핀 내에서도 높은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향후 사업이 시작되면 신규 수출뿐만 아니라 기존 FA-50PH 기종에 대한 성능 개량도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해군은 3단계 사업에서 잠수함 2척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사업 규모는 12억5000만달러~18억달러(약 1조6500억원~2조3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함 수출 실적이 필요한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잠수함 제조업체들은 수주전에 뛰어들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2011년 인도네시아에서 1400t급 잠수함 6척을 수주하며 수출의 물꼬를 텄지만, HD현대중공업은 아직 잠수함 수출 실적이 없다. 두 회사는 캐나다, 폴란드 잠수함 사업에서도 격돌을 예고한 상태다.

한화오션(전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인도네시아 잠수함 1차 사업 3번함. /한화오션 제공

조선업계 관계자는 “필리핀이 잠수함의 구체적인 제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국내 업체들은 다양한 규모의 잠수함 건조 능력을 갖추고 있어 향후 사업 시작 시 제안할 수 있는 옵션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가 필리핀에 잠수함을 수출하면 선박에 탑재될 함정전투체계(CMS), 전술데이터링크(TDL) 등을 납품하는 한화시스템(272210)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한화시스템은 이미 4차례에 걸쳐 필리핀에 수출된 HD현대중공업의 연안경비함, 초계함, 호위함 등 13척에 CMS와 TDL을 납품한 이력이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필리핀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서태평양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해군력 증강에 집중하고 있다. 필리핀 해군의 신형 함정 도입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