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해에 위치한 탱커(유조선) 전문 중형 조선사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이 대주주 등으로부터 11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해 마지막 저가 수주분의 건조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케이조선은 지난 2021~2022년도에 수주한 저가 물량을 내년 중으로 모두 인도한다는 계획이다. 케이조선은 작년 이후 높은 선가로 수주한 물량이 본격적으로 건조되는 2024년 하반기에는 자금 여건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케이조선의 대주주 KHI와 유암코(연합자산관리) 등은 자금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원자재와 조선기자재 구매, 임금 지급 등을 위한 운전자금을 대여 방식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김광호 KHI 회장 측이 3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800억원은 증권사 등 각 금융기관이 지원한다.
케이조선이 운영 자금을 미리 확보한 것은 선수금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 발급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발주처는 선수금을 떼일 경우를 대비해 조선사에 RG를 요구하고, 조선사는 금융사로부터 RG를 발급받는데 한도가 정해져 있다. 케이조선은 RG 발급 한도가 조기에 소진됐다.
케이조선은 계약 직전 단계에 있는 해외 선주를 여러 곳 확보했다. 진해 조선소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이 요즘 인기이기 때문이다. 다만 RG 한도 문제로 계약이 확정된 고객도 배가 인도되길 기다리고 있다. 배가 인도돼야 RG 발급 여력이 생긴다.
조선 업계에서는 업황이 좋을 때 경영 정상화 과정에 있는 중형 조선사의 RG 발급 한도를 늘려 수주의 숨통을 트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탱커 선주는 한국 조선소의 건조 여력이 부족해 중국이나 일본 등 경쟁 조선사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