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086520)의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지난 4월 제출한 상장 예비 심사의 결과 발표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에코프로는 자회사 상장으로 증설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상장이 늦어지면서 애를 태우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2차전지 양극재의 원료인 전구체를 생산해 에코프로비엠(247540)에 공급하는 업체로, 에코프로가 지분 52.78%를 보유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 4월 말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했으나,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심사가 통상 45영업일 이내에 끝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거래소는 에코프로그룹의 내부 통제시스템과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과정에서 심사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일각에서는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의 사법 리스크(위험 요인)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항시에 있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사옥. /에코프로 제공

이 전 회장은 지난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공급계약을 공시하기 전에 차명 증권 계좌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매수한 뒤 주가가 오르면 되팔아 약 11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대법원은 이 전 회장에게 징역 2년과 벌금 22억원, 추징금 11억여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 18일 확정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증설을 위한 자금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해 기준 5만톤(t)이었던 전구체 생산 능력을 2027년까지 21만t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증설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 3월 SK온, 중국 거린메이(GEM)와 함께 새만금에 연산 5만t 규모의 전구체 합작공장을 세운다고 밝혔다. 2024년 완공이 목표로, 3사의 투자 규모는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에코프로그룹은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에도 2조원을 투자해 원료부터 전구체, 양극재, 배터리 재활용에 이르는 종합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올해 4분기에 착공해 2025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포항 블루밸리 신규 캠퍼스 조성에 3000억~4000억원, 새만금 합작공장 설립에 4000억원 정도가 당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양극재 생산사이자 고객사인 에코프로비엠도 헝가리, 캐나다에 추가 증설을 계획하고 있어 생산 능력을 맞추기 위해서는 증설이 시급하다. 그룹 내부적으로도 상장 심사가 늦어져 애가 타는 상황”이라고 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최근 실적도 좋지 않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올해 상반기 매출 5241억원, 영업이익 155억원을 기록했다. 증설을 마친 2공장이 상반기 가동을 시작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7% 늘었으나, 리튬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내려가 수익성이 악화하며 영업이익은 56% 줄었다.

상장 예비 심사가 지연되면서 에코프로그룹은 자체적으로 내부통제 강화에 나섰다.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는 최근 그룹 내 임원들에게 “예민한 시기에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주식 처분을 최대한 자제하고, 불가피할 경우 사유를 사전 통보해 회사와 미리 상의해달라”고 했다.

이어 “스톡옵션은 경영 성과에 대한 효율적인 보상이고 자사주 처분은 정당한 권리행사이지만, 투자자의 도덕적 잣대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