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2차전지를 생산하는 대기업들이 하반기 설비투자를 늘리면서 클린룸과 드라이룸을 생산하는 장비 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 평택 반도체 4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물산(028260)은 클린룸 구축에 필요한 외조기 등 설비를 발주했다. 외조기는 클린룸 외부에서 공기를 제어해 내부로 반입하는 기계다.

업계에서는 작년 하반기 3공장 투자를 마무리한 삼성물산이 본격적으로 4공장 클린룸 구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부터 발주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반도체 업황 둔화 등으로 지연됐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뉴스1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시(市)에 짓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에서도 클린룸을 짓고 있다. 작년 11월 국내 클린룸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설비 발주에 착수했다. 현재 외관 골조가 완성되고 내장 공사가 시작되고 있으며, 화학물질 중앙공급장치(CCSS) 설치 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설비투자가 본격화되면서 클린룸의 핵심장비인 팬필터유닛(FFU·공기정화장치)을 생산하는 신성이엔지(011930)는 하반기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신성이엔지는 올해 1월 평택 4공장에 들어가는 실링 시스템(274억원 규모)을 수주했지만 이후 별도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서 2분기 매출(연결기준)이 전년 동기 대비 10.9%, 영업이익이 77.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 25.4%, 영업이익이 27.6% 감소한 한양이엔지(045100)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한양이엔지는 CCSS 등 클린룸 배관공사를 하는 기업이다. 한양이엔지는 테일러 공장에 1295억원 규모의 설비를 공급한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국내 배터리 업체가 공장 증설에 나선 것도 희소식이다. 통상 클린룸 업체는 배터리 공장에 들어가는 청정룸인 ‘드라이룸’ 장비도 함께 공급한다. 배터리 설비투자가 증가하면 장비업체의 매출도 증가한다.

SK온은 지난 16일 서산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국내 배터리 생산기지인 서산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해 3공장을 짓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올해 3월 충북 청주 오창 배터리 생산시설에 6000억원을 투자해 전세계 배터리 생산 허브인 ‘마더 팩토리(제품 개발·제조 중심 공장)’를 만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드라이룸이 차지하는 케이엔솔(053080)은 하반기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케이엔솔은 1분기 매출(연결기준)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2분기에는 매출이 15.8% 늘고 영업이익은 30.5% 증가했다. 케이엔솔 관계자는 “현재 고객사의 발주량이 늘고 있어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좋은 실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