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 1위 CJ대한통운(000120)의 국내 물량 점유율이 수년째 하락하는 가운데, 전자상거래 강자인 쿠팡이 개인 사업자 대상 배송 사업인 ‘3자 물류’ 확장을 예고해 두 회사의 신경전이 심해지고 있다. 업계는 쿠팡이 새벽 배송 보장을 앞세워 개인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점유율 지각변동은 계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17일 CJ대한통운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의 상반기 기준 국내 물량 점유율은 44.3%를 기록했다. CJ대한통운의 국내 물량 점유율은 2020년 50.1%, 2021년 48.3%, 2022년 45.7%로 꾸준히 감소했다. 국내 전체 택배 물동량은 2020년 33억7400만개에서 2021년 36억3000만개로 약 7.8% 늘었다가 지난해는 약 36억만개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래픽=손민균

업계는 CJ대한통운의 점유율 하락이 쿠팡의 물류 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CLS는 CJ대한통운에 이어 국내 택배 점유율 2위를 차지한다. 한국통합물류협회 등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국내 택배 집하 건수는 약 13억건으로, 전체 36억100만건의 36.1%를 차지했다.

쿠팡이 CLS를 설립하고 국토교통부로부터 택배 운송사업자 자격을 취득한 2021년 이전에는 쿠팡의 택배 집하량이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 회사 자체 물량 배송 건수는 한국통합물류협회와 통계청이 집계하지 않기 때문이다. CLS가 자회사로 분리되며 쿠팡이 처리하는 택배 건수가 통계에 잡히기 시작하자 CJ대한통운의 점유율은 깎이기 시작했다.

올해 쿠팡의 택배 물량은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마켓플레이스 등) 부문 2분기 매출은 56억8159만달러로, 전년 대비 15% 늘었다. 분기 내 쿠팡 제품을 한 번이라도 구매한 고객을 의미하는 ‘활성 고객’ 수는 올 1분기 1901만명으로 전년 대비 5% 증가했고, 2분기는 1971만명으로 10% 증가했다.

'택배 없는 날'이었던 지난 14일 서울에 위치한 CJ대한통운 터미널에서 한 택배기사가 정비를 하고 하다./연합뉴스

일각에서는 CLS 특징인 ‘비닐 단건 포장’ 때문에 쿠팡의 점유율이 과도하게 집계됐다고 본다. CJ대한통운은 고객 한 명이 구매한 제품은 박스나 비닐 등에 한 데 묶어 배송하는데, 쿠팡은 같은 제품을 한 번에 여러 개 구매해도 한 건씩 따로 포장해 배송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 점유율이 올라가는 것은 맞지만, 통계의 이면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쿠팡은 지난 9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3자 물류업 성장세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CLS의 ‘로켓그로스’ 서비스를 통해 개인 고객사의 물류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으로 분석된다. CLS는 쿠팡 자체 물류는 로켓배송으로, 개인 고객사 물류는 로켓그로스로 구분해 배송한다. 현재는 로켓배송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대한통운은 쿠팡 자체 물류 이외의 전자상거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네이버, 글로벌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동맹을 맺은 상태다. 2분기 택배·이커머스 부문 매출은 9212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하고, 영업이익은 8.5% 증가한 616억원을 기록했다. 더불어 의료 콜드체인, 신재생 에너지 등 고부가가치 산업과 관련된 물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CJ대한통운은 최근 ‘택배 없는 날’에 참여하지 않는 쿠팡에 대해 ‘택배업계의 자발적 노력을 폄훼한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CJ대한통운‧한진(002320)‧롯데글로벌로지스‧우체국 등 주요 택배사는 지난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한 뒤 13일부터 광복절인 15일까지 배송 업무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쿠팡은 회사 내규상 소속 택배기사는 365일 언제든 휴가를 갈 수 있다며 참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