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HMM(011200)이 컨테이너선 운임이 하락한 올해 2분기에도 흑자를 냈다. 선박들의 경쟁력이 올라간 효과다. HMM이 곳간에 쌓인 현금을 토대로 사업 다변화 등에 추가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해운업계에선 인수 기업이 현금을 엉뚱한 곳에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4조2115억원, 영업이익 466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57.7%, 92.3% 줄었다. 컨테이너선 운임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HMM은 주력 항로인 아시아~미주 서안 노선의 운임이 2019년 상반기에 40피트 길이 컨테이너(FEU)당 1610달러일 때도 2185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것과 달리, 올해 상반기에는 FEU당 1346달러에도 흑자를 낸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선박의 운영 효율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다.

HMM의 컨테이너선이 출항하고 있다. /HMM 제공

HMM이 이익을 거둔 데는 1만TEU(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비중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HMM은 2020년 이후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과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도입했다. 올해 6월 말 운영 중인 컨테이너선 72척 중 52.8%(38척)가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다. 주요 20개 선사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비중은 20% 수준이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중소형 컨테이너선보다 운영 효율이 뛰어나다.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은 8000TEU급보다 나를 수 있는 화물의 양은 3배 많지만, 하루 사용하는 기름의 양은 같다.

코로나19 기간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며 재무건전성도 개선됐다. HMM의 부채비율은 올해 6월 말 24%까지 감소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기타 유동금융자산 등 단기간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본이 13조원 이상이다. HMM은 재원을 친환경 컨테이너선과 사업 다변화에 투자하고 있다.

HMM은 2024년 상반기에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인수할 예정이고, 올해 9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9척도 발주했다. HMM은 유조선도 17척을 확보해 적재 능력이 421만1119DWT(재화중량톤수·선박이 운반할 수 있는 무게)까지 커졌다. 지난해 동기 9척·206만1586DWT보다 2배가량 늘었다. HMM은 이달 30만DW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 1척을 추가로 인수하는 등 2026년까지 유조선을 25척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HMM은 최근 20만DWT급 건화물선 1척도 4650만달러(약 600억원)에 인수했다. HMM은 올해 2분기 말 건화물선과 다목적선(MPV) 16척(적재 능력 170만5334DWT)을 운영 중인데, 2026년까지 30척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HMM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가 시운전하고 있다. /HMM 제공

HMM이 꾸준히 수익을 내려면 추가 투자가 이어져야 하는 만큼 민영화 이후가 관건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수자가 HMM이 보유한 현금을 배당 등으로 활용해 인수자금을 메우면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유창근 전 현대상선(현 HMM) 사장은 지난 5일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가 후원하는 ‘바다, 저자전문가와의 대화’ 강연에서 “전문성이 있는 회사가 HMM을 인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해운업계가 큰 전쟁 이후 현재 소강상태이지만 제2라운드가 언젠가 또 올 것”이라며 “HMM 매각 후에도 선박 확대와 정보기술(IT)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도 “HMM을 민영화하려는 이유가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인데, 인수기업이 HMM의 현금만 노릴 수 있다”며 “인수기업이 해운업을 육성할 의지가 있는지, 또 이를 담보할 능력이 되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HMM의 최대 주주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주식을 매각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SM그룹과 하림그룹, 동원그룹, LX그룹 등이 투자설명서(IM)를 받아 가며 인수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는 21일까지 예비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