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이 아시아나항공(020560)과의 합병을 위해 티웨이항공(091810)에 화물 사업을 제안했다. 대한항공이 화물기를 빌려줄 테니 화물 사업에 진출하라는 것이다. 해외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 과점을 우려하자, 고육지책을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보유한 화물기를 티웨이항공에 빌려주는 조건으로 화물 사업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티웨이항공은 여객기의 밸리카고(Belly Cargo·여객기 화물칸)를 활용해 화물을 운반 중이지만, 전용 화물기 사업은 하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위해 현재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경쟁당국의 심사를 받고 있다. EU 경쟁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에 따른 화물 사업의 ‘경쟁 제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EU 경쟁당국은 앞서 중간 심사보고서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면) 한국과 유럽을 오가는 가장 큰 화물 운송업체가 돼 운임이 오르거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과 유럽·독립국가연합(CIS) 지역 항공 화물 운송량은 55만7000톤(t)이다. 이 가운데 대한항공이 40.6%(22만6000t)를, 아시아나항공이 19%(10만6000t)를 날랐다. 두 회사의 합계 점유율이 60%에 육박한다.
미국 시장 점유율은 더 높다. 지난해 한국과 미주 지역 항공 화물 운송량(84만3000t) 가운데 대한항공이 50.2%(42만3000t)를, 아시아나항공이 23.2%(19만6000t)를 처리했다. 점유율 합계 73.4%다. 메모리반도체가 항공 화물의 30% 이상(금액기준)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안정을 강조하는 점도 부담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을 위해 여객 사업 슬롯(Slot·항공기가 특정 공항에 이착륙할 수 있도록 배정된 시간)을 내준 데 이어, 화물 사업까지 축소하면 합병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의 올해 2분기 별도기준 매출에서 화물 사업 비중은 29.9%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1분기 별도기준 화물 사업 매출 비중이 28%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화물 사업의 유럽·미주 매출이 70% 안팎을 차지한다.
대한항공은 “화물기를 특정 항공사에 제공하는 등의 구체적인 시정조치안은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