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5월 개최한 국산 무기 홍보 행사에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대사를 초청한 것에 대해 유엔(UN)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9일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UN은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 명의로 지난달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2023년 5월 외교부가 주최한 국산 무기 홍보 행사에 초청된 18개국 외교단 중 딴 신(Thant Sin) 주한 미얀마 대사가 포함됐고, 그가 K2 전차에 탑승해 손을 든 사진도 촬영됐다는 사실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일 경기도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이도훈 외교부 2차관과 주한 외교단이 육군 8기동사단 K2전차를 탑승체험하고 있다. /뉴스1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2일 경기도 포천 육군 제8기동사단에서 국산 무기 홍보 현장 행사를 개최했다. 주한 외교단을 위해 국산 무기 현장 방문 행사를 별도로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당시 외교부는 “정기 훈련 이외에 이 정도 규모의 훈련을 따로 준비해 외부에 공개하는 일은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육군은 K2 전차, K9 자주포, K21 장갑차, 장애물개척전차 등 국산 무기 31대를 선보였다. 이들 무기는 약 30분에 걸쳐 200여발을 사격했다.

UN은 이 행사에 주한 미얀마 대사가 초청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이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에도 무기를 수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UN은 “딴 신 대사가 K2 탱크 위에 올라타 손을 든 사진도 찍혔다”면서 유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9년 부임한 딴 신 대사는 2021년 2월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에도 미얀마를 대표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UN은 “딴 신 대사의 행사 참석은 불법적이고 잔혹한 미얀마 군부정권을 정당화하는 것”이라며 “미얀마 군부로의 무기 이전에 대한 한국의 정책에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26일 답신을 보내 “기존 관행에 따라 모든 아세안(ASEAN) 회원국에 초청 서한이 발송됐고 딴 신 대사도 아세안 대사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초청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정부는 해당 행사에 대해 “미얀마 군부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정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딴 신 대사의 참석이 정부 정책의 변화나 미얀마 군부로의 무기 이전 허가 의도를 시사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