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180640)이 서소문사옥 건물과 토지를 대한항공(003490)에 2600억여원에 매각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진은 매각 사유에 대해 “유동성 확보”라고 밝혔지만 재계에서는 갑작스런 매각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대한항공 제공

7일 대한항공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한진칼은 지난 4일 대한항공에 서소문사옥 건물과 토지 일부를 매각했다. 매각가는 2642억원, 사유는 유동성 확보다. 대한항공 측은 “서소문사옥은 역사적으로 대한항공 빌딩이고, 업무공간 효율성 강화와 추후 가치 상승을 노린 선제적 투자 차원으로 매입을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3개 국가의 기업 결함 심사만 남겨두고 있다. 시점을 예측할 수 없지만 두 항공사가 합병할 경우, 통합 법인의 업무공간 확장이 필요하면서 서소문사옥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유동자금 확보라는 이유도 설득력이 있다. 한진칼의 부채비율은 33%, 보유 현금은 1648억원이다. 재무상황이 안정적이어서 당장 수천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다. 다만, 올해 만기인 채무(1040억원)를 정산하고 나면 보유 현금이 부족해질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연내 만기인 회사채 510억원, 내년 3월 만기인 사모채 53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옥 매각 대금이 조 회장의 경영권 강화에 사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이 무산 돼,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을 처분하면 경영권 분쟁이 재발할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진칼이 2600억원의 매각 대금과 유상 증자 자금 등을 활용해 추후 산업은행이 가진 10.58%의 지분을 사는데 사용하거나 계열사 지분을 확보해 지주사 입지 강화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합병을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에 8000억원(유상증자 5000억원, 교환사채 3000억원)을 투입한 상황이다.

또 두 항공사가 합병한 뒤 인수 후 통합 전략(PMI) 과정에서 약 6000억원의 비용이 필요한 만큼 현금 확보는 한진칼 입장에서 중요하다. 이번 사옥 매각 역시 조 회장이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과 관련해 “우리는 여기에 100%를 걸었다. 무엇을 포기하든 (합병을) 성사 시키겠다”는 강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조원태 한진칼 회장/대한항공 제공

항공 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채무 상환을 비롯해, 합병이 성공하거나 실패하더라도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한진칼의 경우, 수익을 창출하는 직접 사업이 없는 만큼 지주사의 역할하기 위해서는 현금이 필요한데, 사옥을 외부에 매각할 순 없고 현재 사용 중인 대한항공에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