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재 등 2차전지 소재 기업들이 연달아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하고 있다. 양극재 핵심 원자재인 리튬을 중심으로 메탈값이 하락해 제품 판매 가격이 낮아지면서 수익성을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양극재 원료와 배터리 사진 (왼쪽부터 리튬, 원통형 배터리, 니켈, 양극재, 코발트). /포스코퓨처엠 제공

4일 업계에 따르면 엘앤에프(066970)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3682억원, 30억원이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58.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5.1% 감소했다. 당초 증권가가 예상한 영업이익 647억원을 95.5% 밑도는 수준이다. 실적 발표에 앞서 컨센서스는 하향 조정된 바 있다.

엘앤에프는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상반기 리튬 등 메탈 가격 급락을 꼽았다. 메탈 가격 하락에 따라 제품 가격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메탈 가격이 하락하지 않았다면 2분기 영업이익은 700억원 수준을 기록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연초 이후 리튬 가격은 변동성을 키워왔는데 2분기 들어서는 전기대비 40%가량 하락했다.

블룸버그,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리튬 가격은 전달보다 15%가량 하락한 1kg당 257.5위안에서 거래됐다. 리튬 1kg당 가격은 연초 474.5위안에서 급락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50위안대까지 낙폭을 키운 리튬 가격은 6월까지 반등하다가 다시 하락하는 추세다.

통상 양극재와 같은 배터리 소재는 리튬 등 메탈 가격에 연동된 판가를 토대로 납품 계약을 체결한다. 원재료 가격과 마진율이 연동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리튬 가격이 떨어지는 시기에는 비싸게 구입한 리튬으로 제품을 싸게 팔 수밖에 없어 이익(매출원가와 판가의 차이)이 감소한다.

에코프로(086520)도 올해 2분기 영업이익 감소 주요 원인으로 메탈 가격 하락을 언급했다. 에코프로 2분기 영업이익은 1703억원으로 지난 분기보다 6.6% 감소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3분기에도 메탈 가격 하락 효과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지난달 말 실적을 발표한 LG화학(051910) 역시 메탈 가격 하락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 LG화학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29.9% 감소한 6156억원이다. 석유화학부문이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첨단소재 부문에서 전지재료 사업 수익성이 메탈 가격 하락으로 뒷걸음질 쳤다. 3분기 실적도 보수적으로 예상했다.

증권가에서도 하반기 소재 등 이차전지 산업 전반적으로 과거보다 부진한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메탈 가격이 양극재 판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전기차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 생산 공급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전기차 수요는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에 수급 불균형이 발생해 가격을 더욱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전기차 시장 수요가 주춤하면서 완성차 업계에서는 가격 인하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터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대수는 55만7330대로 전년동기대비 50% 증가했다. 판매량은 늘었지만, 증가율로만 보면 지난해 상반기(71%)에 못 미친다. 전기차 재고가 쌓이면서, 판매 속도가 감소한 것으로 풀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