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지난 5월 중국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블루투스 이어폰을 샀다. 삼성이나 애플 제품과 비교하면 상표 가치는 떨어지지만 3만원대라는 저렴한 가격에 성능도 나쁘지 않다. 주변에서는 중국발 배송이 열흘 넘게 걸렸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박씨는 약 5일 만에 제품을 받았다.

경기 평택항 전경./뉴스1

올해 들어 한국과 중국 간의 초국경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물량이 증가하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의 국내 물류 배송을 담당하는 CJ대한통운(000120)가 주목 받고 있다. 특히 한국행 물량이 늘며 중국알리바바그룹이 중국과 한국 간 전용 고속선 6척을 띄우기로 결정하면서 CJ대한통운이 책임질 국내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물류업계와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 알리바바그룹은 한국 물량이 늘자 한·중 전용 고속 화물선 6척을 띄우기로 했다. 물량 폭증에 세관에서 ‘통관 대란’이 일어나 배송이 늦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이커머스 물량은 5만5417건으로 전년(4만7353건) 보다 17% 늘었다. 2020년(3만698건)과 비교하면 1.8배 늘어난 수치다. 업계에서는 올해 해외 직구 물량이 6000만건을 넘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체 통관 건수에서 중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도 2020년 48.3%에서 지난해 57.7%로 9.4%포인트(P) 늘었다.

신설 노선에는 주당 6척의 여객 화물선을 투입될 예정이다. 척당 평균 운송량은 200여FEU며,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항과 옌타이항에서 평택항까지 13시간이 걸린다. 평택항의 평균 통관 시간이 1~2일 걸리는 만큼 빠르면 3일 배송까지 가능한 구조다.

중국 이커머스의 인기 요인은 값이 싸고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다만, 떨어지는 품질 신뢰도와 기약할 수 없는 긴 배송 기간은 약점으로 작용했다. 보통 한국의 주문 건을 모아 한 번에 운송했는데, 그간 주문 건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2년 전부터 소형 가전제품 중심으로 구매 건수가 늘어나는 등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지면서 배송도 빨리지는 상황이다. 알리익스프레이의 경우, 5일 배송 서비스를 넘어, 3일 배송까지 확장하고 있다.

한국행 물량 확대와 알리바바그룹의 전용선 투입으로 CJ대한통운이 처리해야 할 물량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CJ대한통운은 지난해 9월 알리바바그룹 산하 물류 기업인 차이니아오(Cainiao)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차이니아오가 중국에서 알리익스프레스 물량을 평택항에 들여오면 CJ대한통운은 제품이 목적지에 3~5일 안에 도착할 수 있는 ‘라스트 마일’ 배송을 한다. 라스트 마일 배송은 제품이 고객에게 배송되는 과정의 가장 마지막 단계를 의미한다.

신영수 CJ대한통운 한국사업부문 대표가 지난 3월 9일 코엑스에서 알리익스프레스 주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CJ대한통운 제공

앞서 CJ대한통운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국내 택배 물량이 줄자, 초국경 이커머스 물류 시장 공략으로 실적 개선을 꾀했다. 지난 1분기 ‘택배·이커머스’ 부분 매출은 전년 대비 7.6% 증가한 9108억원, 영업이익은 75.8% 늘어난 49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비중은 전체의 32.4%를 차지한다.

투자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이 2분기에도 중국 이커머스 효과 등으로 견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흥국증권은 CJ대한통운의 2분기 택배·이커머스 부문 영업이익이 572억원으로 1분기에 비해, 16% 증가할 것으로 봤다.

물류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해외 직구 건수는 사상 처음으로 5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중국 알리바바 국내 물량은 현재 CJ대한통운이 독점하는 구조인데, 초국경택배 물동량 증가에 따라 국내 물량을 따내기 위해 물류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