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압기를 생산하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주요국의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도 늘어나면서 생산된 전기를 소비자에게 보내는 데 필요한 전력망 공급이 부족해지고 있어서다.

변압기는 교류전압을 높이거나(승압) 낮추는(강압) 역할을 한다. 승압에 필요한 대형 변압기는 국내 대기업들이, 강압 단계의 변압기는 중소·중견 기업들이 주로 제조한다.

1일 한국전기산업진흥회에 따르면 올해 5월 변압기 수출은 1억3900만달러로 전년 동기(5800만달러) 대비 13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누적 기준으로는 5억4500만달러로, 전년 대비 97.1% 증가했다.

그래픽=손민균

수출 증가는 주요 교역국의 정책 변화가 원인이 됐다. 미국은 2021년 11월·2022년 8월 각각 ‘인프라법(IIJA)’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면서 전력·전기차 인프라 확대 및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선언하고 전력 설비를 늘리고 있다. 이에 덩달아 변압기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베트남도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급속한 산업화·도시화에 맞춰 2015년 164TWh(테라와트시) 수준이었던 발전량을 2030년 572TWh까지 늘릴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총 5000억달러를 들여 추진하는 초대형 도시 프로젝트인 ‘네옴시티(Neom City)’ 사업이 추진되면서 전력 인프라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해외로 변압기를 수출하는 국내 중소·중견기업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변압기와 GIS(초고압 가스절연개폐장치)를 생산하는 중견기업인 일진전기(103590)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006억6816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70억9948만원으로 75.2%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전체 매출의 15.6%를 중전기(변압기, GIS, 보호개폐기장치) 부문이 차지했다.

변압기 매출 비중이 100%인 제룡전기(033100)도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7.5% 급증한 303억8265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85억3206만원으로 집계되면서 부진했던 작년 1분기(-7억4456만원) 실적을 극복하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수주가 증가하면서 주 고객사인 한국전력(015760)에 대한 매출 의존도도 2017년 62%에서 2021년 34%로 낮췄다.

산일전기와 국제전기, 파워맥스 등 중소기업들도 실적이 개선됐다. 산일전기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97.3% 오른 1279억3451만원을 기록했다. 국제전기는 14.8% 증가한 422억4840만원을, 파워맥스는 12.5% 증가한 343억7676만원을 기록했다. 산일전기 등 일부 기업은 매출 증가에 힘입어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이병화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전기차 수요가 높아지면서 미국 등 주요국의 전력망 시장에서 공급 부족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변압기 분야에서도 미국 쪽 판로를 연 업체부터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이런 추세가 2~3년간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