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진 않겠지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미국의 금리인상, 가계부채 등 여러 이유로 당분간 (금리가) 내릴 것을 크게 기대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제주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에서 열린 ‘제46회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 참석해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2.7%로 내려가면서 많은 분이 이제는 금리를 인하할 때가 아니냐고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조심스러운 것은 기저효과가 있었고 연말까지 물가가 3%대로 올라갈 것 같다. 금리 인하는 조심스럽고 연말까지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타깃 물가는 2%대인데 물가가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물가가 충분히 내려갈지는 확신이 없다”라며 “통화정책이 냉탕온탕을 왔다 갔다 하면 거시 전체의 틀이 흔들려 위험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신중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에 신중한 또 다른 이유로 미국과의 금리 차이, 가계부채 상황 등을 꼽았다. 이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2번 더 올릴 가능성이 있기에 우리가 여기서 금리를 내리면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라며 “최근 3개월 가계부채가 증가했는데 단기적으로 어쩔 수 없지만, 부채가 너무 늘어나면 다시 금리를 올려야 한다.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떨어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현상에 대해 인플레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한 ‘예측 오류’라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과거 인플레라는 단어는 일본처럼 느끼지 못했던 상황이었고, 2021년 팬데믹 이후 2022년 들어서 가파르게 올랐다”라며 “지난해 초만 해도 미국의 3~4%의 인플레는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했고 미국 중앙은행도 예측을 잘못해 곤욕을 겪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경기 사이클 전망에 대해서 “한은의 공식 입장은 올해 1.4%, 내년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속도가 문제지만 반등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최근 미국 경제는 생각보다 성장률이 높아질 것 같은데, 중국은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 단기적으로 반도체 의존도가 큰데 반도체가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에 따라 성장률이 올라갈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