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K9 자주포가 자동 장전 기능을 추가하는 성능개량 사업에 돌입한다. 지난해 첫 수출을 달성한 현대로템(064350)의 K2전차 역시 폴란드 수출 기종에 여러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국산 무기의 성능이 개선되면 시장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6일 제155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K9자주포 2차 성능개량(Block-Ⅰ) 체계개발기본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사업의 핵심은 현재 수동으로 이뤄지는 자주포 포탑의 송탄·장전을 자동화하는 것으로, 2027년까지 총 2조3600억원이 투입된다.
성능개량 버전인 ‘K9A2′는 현재 분당 6발인 포탄 발사속도가 최대 9발로 1.5배 늘어난다. 포탄을 수동으로 장전할 필요가 사라지면서 운용인원도 기존 5명에서 3명으로 줄게 된다.
K9 자주포는 지난 20년 동안 사용된 우리 군의 주력 무기로, 지난 1998년 국방과학연구소 주관하에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2018년에는 사격통제장치 개량·보조동력장치 장착·조종수 야간잠망경 개선 등을 통해 작전 운용성을 높인 ‘K9A1′이 보급됐다. 2027년까지 2차 성능 개량 사업 체계개발이 끝나면, 현재 우리 군이 운용하는 기본형 자주포 K9을 대상으로 2034년까지 전력화가 진행될 예정이다.
기술을 개발하고 대규모 양산 능력을 확보하면 향후 K9 자주포 수출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국방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전 세계에서 국외로 수출(계약 완료 포함)된 현대화 155㎜ 자주포는 1401문이다. 이 중 K9은 가장 많은 626문이 수출돼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중형 자주포 중 노후화돼 조만간 교체될 구식 자주포는 5186문이고, 성능이 저하되고 있는 구형 자주포는 6479문에 달한다.
개량된 K9A2 버전은 116문 규모의 영국 차세대 자주포 도입 사업에도 출사표를 던지며 첫 수출을 노리고 있다. 보고서는 “규모의 경제가 갖춰진 K9 자주포는 국내 생산 기반이 잘 마련돼 있고, 후속 정비에도 유리하며 세계 어느 전장 환경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수출 전망은 매우 밝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폴란드로 처음 수출한 현대로템의 K2 전차는 기존 K1 전차를 통해 쌓은 기술을 기반으로 설계부터 제작까지 국내 기술로 완성했다. 지난 2014년부터 군에 실전 배치됐다.
K2전차 역시 수출 모델을 필두로 성능 개량을 추진하고 있다. 폴란드에 수출되는 전차는 총 2가지 버전으로 나뉘며, 2차 계약분에 성능 개선 버전이 납품될 예정이다. 초기에 수출된 K2GF(Gap Filler·갭필러)는 빠른 납품을 위해 우리 육군이 사용하는 버전에서 최소한의 설계 변경을 거쳐 폴란드 현지용으로 만든 모델이다. 총 180대가 수출되며 현재 28대가 폴란드 정부에 인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800대 규모의 2차 수출 계약이 마무리되면 현대로템은 폴란드 국방부가 요구한 사항을 반영한 K2PL(폴란드) 버전을 설계한 뒤 생산할 예정이다. K2PL에는 능동방호시스템(하드킬)과 360도 전방위 감시시스템 등이 장착될 것으로 알려졌다.
K2 전차는 대전차미사일을 회피하는 유도교란형인 소프트킬(Soft-kill)과 직접 무기를 타격하는 하드킬(Hard-kill) 시스템을 모두 탑재할 수 있다. 소프트킬은 미사일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복합연막탄을 발사해 미사일을 교란하고 회피 기동하면서 무력화하는 방식이고, 하드킬은 대응탄을 발사해 미사일을 직접 파괴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국방과학연구소 주관하에 지난 2011년 자체적인 하드킬 방호 시스템을 개발했으나, 아직 양산단가 등의 이유로 국군 K2 전차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폴란드 수출 사업과 연계해 기존 K2 전차의 성능개량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종국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능동파괴장치는 수출물량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내 성능개량 물량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양산단가를 국제적 수준으로 관리한다면 경제성도 충분히 충족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