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과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맞붙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체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는 경영난에 따른 휴·폐업과 고용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제5차 전원회의가 전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렸다. 근로자 측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시급 9620원보다 24.7% 높은 1만 2000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용자 측은 인상 폭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해 적용할지를 두고도 양측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과 관련해 중소기업의 38%는 동결, 21%는 1% 내외 소폭 인상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앞으로의 경영 여건을 어떻게 전망하는지에 대해서는 ‘호전’(12%)보다 ‘악화’(29%)가 두 배 이상 많았다.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인상 대책으로 고용 축소를 고려하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중소기업의 61%는 최저임금이 많이 오른다면 ‘신규 채용을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기존 인력을 줄이겠다’는 응답도 8%로 나타났다.
노동계 요구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 2000원으로 올리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19만명이 1인 자영업자로 전락할 것이라는 내용의 연구도 나왔다. 파이터치연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국의 2010~2021년도 고용지표 등을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을 1% 올리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비중이 0.18% 오른다. 이 실증분석 결과를 국내에 적용하면 최저임금을 24.7% 인상 하면 자영업자 19만명이 직원을 고용하지 못하게 돼 1인 자영업자 비중이 4.4%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중소기업 최저임금 특별위원회의 김문식 위원장은 “최저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작년에 276만명에 이를 정도로 현장의 (최저임금) 수용성은 매우 떨어져 있다”며 “경영 여건이 어려운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저임금근로자의 생계비 부담을 떠맡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요구한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 결과 소상공인의 83%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해야 한다고 답했다. 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업종과 최저임금 미달률이 높은 농림어업·숙박음식업 등에 한해서는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공연 조사 결과 소상공인의 80%는 현행 최저임금을 지불하는 데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소공연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영업이익은 연평균 1.6% 오르는 데 반해 인건비 상승률은 3.7%에 달해 매년 인건비 부담이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체에도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소상공인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이달 말 5인 미만 사업체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도 올해 초 같은 내용의 업무 추진 계획을 내고 단계적 적용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확대되면 5인 미만 사업체도 근로자에게 연차·생리휴가, 대체휴일을 보장해야 하고 연장·휴일·야간수당 등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전체 사업장의 절반 이상이 영향을 받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은 총 124만개로 전체(200만개)의 62%에 달한다.
소공연은 “어려운 경영 여건에서 근로기준법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은 전국 소상공인에게 가게 문을 닫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되면 가산 수당과 연차 휴가 등에 따른 비용 증가는 물론 해고 제한 등으로 인한 행정적 관리 비용까지 들게 된다.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결국 이를 지키지 못해) 범죄자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