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003550)그룹에서 독립해 출범 3년차를 맞은 LX그룹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본준 회장이 이끄는 LX그룹은 자산 규모가 10조원이 넘어 올해 처음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재계 서열은 44위다.

LX그룹은 과감한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외연을 넓혀 가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LG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구본준 LX그룹 회장 /뉴스1

◇ 현금만 1조3000억원… M&A 실탄 마련

1일 재계에 따르면 3월말 기준 LX인터내셔널(001120)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3240억원에 달한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발행 주식의 총수를 2배로 확대할 수 있게 정관을 변경했다. 발행 주식 총수를 늘리는 것은 앞으로 주식을 더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향후 유상증자를 통해 조 단위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재계 관계자는 “LX그룹이 최근 경기침체로 저평가받는 기업을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적선사 HMM(011200)의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고 지난해 LX세미콘이 시도했던 매그나칩 인수도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LX인터내셔널이 인수한 경기 평택시 '포승 바이오매스 발전소'. /LX인터내셔널 제공

LX그룹의 핵심 역할은 LX인터내셔널과 LX세미콘(108320)이 맡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LX인터내셔널의 에너지·팜(palm) 사업부는 인도네시아와 중국, 호주 등에서 석탄 광산에 투자하고 발전용 유연탄 매매를 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한글라스’로 알려진 한국유리공업 지분 100%를 5904억원에 인수하고, 친환경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운영하는 포승그린파워 지분(63.3%)을 인수하면서 규모를 키웠다.

이외에도 SKC(011790), 대상(001680)과 생분해 플라스틱(PBAT)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부산 친환경 물류센터 개발 및 운영 사업 등에 참여하기도 했다. LX인터내셔널의 자회사인 LX판토스는 북미 지역 물류 회사 트래픽스에 지분 투자(311억원)를 진행했다.

LX세미콘 건물 전경 /뉴스1

LX인터내셔널은 2차전지 산업 밸류체인(Value Chain·사슬처럼 엮여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진입한다는 게 목표다. 핵심 원재료인 니켈을 확보(니켈 광산)하고, 이를 제련해 기초 소재로 공급하는 분야로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LX세미콘도 차량용 반도체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텔레칩스(054450)의 지분 10.93%를 취득해 2대 주주에 올랐다. 텔레칩스는 차량용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으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애플리케이션(앱)을 설계한다. LX세미콘은 텔레칩스와의 협력을 통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다.

이런 노력으로 LX그룹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계열 분리 이전(2020년 기준)과 비교해 각각 57.7%, 234.3%가 증가한 25조2732억원, 1조3457억원을 기록했다. 계열 분리 이전 8조930억원 규모였던 그룹의 자산 총액은 11조2734억원으로 3조원 이상 늘었다.

◇ LX세미콘·판토스, LG 의존도 높은건 약점

LX그룹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LG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숙제로 남겨져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LX세미콘의 LG디스플레이(034220)에 대한 매출 의존도는 56.7%다. LX세미콘은 스마트폰과 TV 등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 부품 중 하나인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을 만든다. DDI는 디스플레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필수 부품으로 꼽힌다.

LX판토스의 부산신항 물류센터. /LX판토스 제공

LX판토스도 지난해 LG전자(066570)LG화학(051910)으로부터 거둔 매출이 전체 매출의 56.3% 수준이다. 주력사업인 ‘운수 및 창고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집단 평균 내부거래 비중인 20.1%의 3배에 육박한다. LX판토스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의 물류를 주로 담당해왔기 때문에 LG계열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LX그룹은 LG그룹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공정위는 계열분리를 승인할 당시 LG와의 내부거래 등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LX그룹이 진정한 독립경영을 하려면 LG그룹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며 “사업다각화와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LG그룹과의 거래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춰나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