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종이 원자잿값이 급등하는 가운데 수출까지 줄면서 제지업계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경기침체로 내수 물량까지 줄자 일부 업체들은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30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종이제품 수출량은 258만2059톤(t)으로 집계되면서 전년 대비 0.8% 감소했다. 감소폭 기준으로는 2021년(-7.8%)보다 개선됐지만, 2017년부터 6년 동안 감소세가 이어졌다.
그나마 높은 환율 덕분에 지난해 수출 금액은 전년 대비 7.7% 증가했지만, 올해 수출금액은 다시 줄고 있다. 지난달까지 집계된 종이 수출금액은 8억4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했다.
업계 선두기업도 불경기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시장 점유율 1위인 한솔제지(213500)는 올해 1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5610억원, 영업이익 7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2.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8.4% 감소했다. 제조업 경기가 나빠지면서 산업용지 매출이 줄었고, 수출 효자 노릇을 했던 감열지 등 특수지 사업도 수익성이 둔화됐다.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한 기업들은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단기 은행 어음을 상환하지 못해 회생절차에 나섰던 국일제지(078130)는 이달 초 회생법원에 인가전 인수합병(M&A) 신청서를 내고 원매자를 찾고 있다. 인가전 M&A는 회생개시 후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에 인수자를 찾는 것을 말한다.
사모펀드 운용사 모건스탠리PE가 대주주로 있는 골판지 업체 전주페이퍼도 매각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전주페이퍼는 모건스탠리PE가 2008년에 지분 58%를 인수한 후 15년째 보유하고 있다. 모건스탠리PE는 2013년부터 꾸준히 매각을 시도했지만 주인을 찾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매각주관사인 삼정KPMG와 삼일PwC는 지난 12일 예비입찰을 진행했고, 글로벌세아 등이 입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세아는 2019년 IMM PE로부터 태림포장(011280)∙태림페이퍼를 인수해 골판지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기업이다.
올해 초 매각이 불발된 페이퍼코리아도 하반기 중 매물로 나올 전망이다. 최대주주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는 작년 9월 페이퍼코리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신영그룹 계열사 대농이 중심이 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에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거래가 성사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모건스탠리PE가 보유한 또 다른 제지회사인 모나리자(012690)와 쌍용씨앤비도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두 곳은 작년에도 매물로 나왔으나 매각이 불발됐다. 모건스탠리PE는 지난 2013년 두 회사를 총 2050억원에 인수한 후 10년 동안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경기도 둔화하면서 업황이 좋지 않다”며 “사모펀드가 보유한 업체들이 매물로 나오고 있지만 경기 부진으로 원매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