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한항공(003490) 등 항공사에 부과하는 공항시설 사용료 인상을 추진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에 감면해준 사용료를 정상화하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항공 수요 회복 등을 반영해 사용료 체계를 재산정하겠다는 것이다.

24일 항공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전국 15개 공항에 적용될 ‘공항시설 사용료 개편안 수립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공항시설 사용료는 항공사가 비행기 운항을 위해 공항시설을 사용할 때 지불하는 비용으로 ▲착륙료 ▲정류료 ▲조명료 ▲계류장 사용료 ▲탑승교 사용료 ▲수하물 처리시설 사용료 등이 있다. 탑승객이 공항을 이용할 때 지불하는 공항 이용료(편의시설 사용, 환경미화 등)와는 다른 개념이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있는 대한항공 여객기./뉴스1

정부는 개편안으로 표현하지만, 업계는 사실상 인상안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우선 국토부는 현 공항시설 사용료 현황 및 공항시설 사용료에 대한 원가를 조사하기로 했다. 공항시설 투자액에 대한 원가회수율과 투자재원 회수 계획 등을 고려해 인상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해외 공항시설 사용료 및 다른 SOC 유사 사용료의 현황을 비교분석 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공항시설 사용료 개편 방안에 대해, 대한항공에 대한 괘씸죄가 적용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지난 2월 마일리지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이 많아 여론이 악화하자 철회한 바 있다.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대한항공은 코로나 때 고용유지 지원금과 국책 금융을 통해 국민들의 성원 속에 생존을 이어왔다”며 “코로나 기간 살아남게 해줘 감사하다는 눈물의 감사 프로모션을 하지는 못할망정 불만을 사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질타했다.

인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항공업계를 위해 대한항공 등 13개 국적사에 대해 착륙로, 정류료 등 공항시설 사용료 1781억원을 감면해줬다. 대한항공은 이 가운데 54% 수준인 955억원을 감면 받았다. 대한항공은 코로나 기간에 화물 수송을 늘려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지난 2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이번 공항 사용료 개편안은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적자 상황과도 관련이 깊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영업손실 5873억원을 기록했다. 한국공항공사도 작년에 2050억원의 손실을 봤다. 코로나 기간 여행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있지만,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 영향도 컸다. 공항시설 사용료는 2021년 기준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전체 수익의 약 18%를 차지했다.

다만 실제 인상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공항 사용료가 인상되면 항공사의 티켓값을 비롯해, 탑승객이 지불하는 공항 이용료까지 줄줄이 인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물가 안정을 목표로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두 공항공사가 적자인 상황에서 비공식적으로 공항시설 사용료 및 공항 이용료 인상을 국토부에 요청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공항시설 사용료 인상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사용료에 대한 산정 방식을 체계적으로 개편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