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3차 발사가 끝나면 누리호보다 더 큰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주도할 기업을 선정하는 절차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누리호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가운데, 장기간 우주 사업을 이어온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과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우주항공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르면 다음달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단을 구성하고, 같은달 체계종합기업 선정 입찰을 공고할 예정이다. 지난해 누리호 체계종합기업 선정 과정 때처럼 기술 평가 등을 거쳐 오는 8월 말쯤 우선협상대상자가 뽑힐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1분기에 바로 후속 절차를 밟을 계획이었으나, 누리호 3차 발사에 집중하면서 미뤄졌다"며 "오는 6월 사업단 구성이 이뤄지면 당초 목표였던 8월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은 누리호보다 대폭 성능을 향상해 대형 위성 발사와 우주 탐사에 활용할 발사체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발사체 1단 총 추력(연료를 분사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받는 추진력) 기준 누리호는 300톤(t)이지만, 차세대 발사체는 500t 규모다. 사업 기간은 2023년부터 2032년까지이고, 총사업비는 2조132억원이 편성됐다. 2030년 달 궤도 투입 성능 검증 위성 발사, 2031년 달 착륙선 예비 모델 발사, 2032년 달 착륙선 최종 모델 발사 등 3차례 발사가 예정돼 있다.
이번 사업은 우리나라 최초의 달 착륙 임무에 함께 한다는 상징성도 크지만, '뉴 스페이스(New Space·민간 주도의 우주개발사업)' 시대를 주도할 기술을 확보할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도로 개발했던 나로호나 누리호와 달리 차세대 발사체는 사업 시작부터 체계 종합 기업을 선정해 공동으로 설계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설계, 제작, 조립, 시험, 발사 등 발사체 개발, 운용의 모든 단계에 참여해 독자적인 발사체 개발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누리호 체계 종합 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에서도 유리한 상황이라고 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누리호 3차 발사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총 4차례의 누리호 발사를 총괄한다. 특히 3차 발사가 '참관'에 가까웠다면 4차 발사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도할 예정이다.
한화(000880)그룹이 우주사업 밸류체인(Value Chain·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있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한화그룹은 우주사업 협의체 '스페이스허브'를 중심으로 위성제작 → 발사수송 → 위성서비스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인수한 쎄트렉아이(099320)는 초고해상도 관측 위성을 개발 중이고, 한화시스템(272210)은 원웹(OneWeb)과 카이메타(Kymeta) 등 위성통신서비스 기업에 투자했다.
KAI 역시 장기간 한국의 우주사업을 주도해 왔던 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AI는 위성의 설계·제작·시험을 한번에 진행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우주센터를 보유해 양산 능력이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KAI도 항공영상분석 전문업체 메이사(Meissa)와 합작법인을 세우는 등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 보잉이나 록히드마틴 등 해외 항공사업을 함께 하는 기업이 우주사업도 병행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체계 종합 기업이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고 기업 간 협업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10년 동안 누가 우주 산업에서 우위를 점할지 정해지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