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반도체 신화를 이을 산업으로 2차전지가 꼽히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중국 제외)에서 국내 2차전지 빅3 업체의 점유율은 53%로 절반을 넘었다. K배터리의 위상은 배터리셀을 넘어 소재와 장비 등 2차전지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2030년 전기차 생산이 5400만대로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2차전지를 놓고 ‘배터리 패권경쟁’을 펼치는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의 현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리튬이온 배터리는 크기와 용량에 따라 소형, 중형, 대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건 소형 배터리다. 코드리스(무선) 시대를 이끈 뒤 한동안 주춤하던 소형 배터리는 사용처가 늘면서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기자동차, 에너지저장장치(ESS)에 탑재되는 중대형 배터리 시장의 성장도 지속되고 있다.
22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소형 배터리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5.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몇 년 동안 소형 배터리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했는데 지난 2021년 기준 소형 배터리 사용량은 약 116억개로 전년대비 23% 증가했다. 2020년에는 약 95억개로 2019년보다 8% 증가했다.
◇ 사용처 많아지는 소형 배터리
소형 배터리는 한 손에 잡히는 크기의 배터리 셀을 말한다. 기존에는 전동공구,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에 주로 탑재돼 왔는데 무선 청소기, 드론,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를 비롯해 무선 이어폰, 스마트 워치 등 웨어러블(wearable·착용할 수 있는) 기기로 사용처가 늘고 있다.
소형 배터리의 외관은 원통형, 각형, 파우치형으로 나뉜다. 정보기술(IT) 기기 붐이 일었던 2000년대 초반 휴대폰에 쓰이는 각형과 노트북에 탑재되는 원통형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후 스마트폰, 태블릿이 생기고 노트북 디자인이나 기능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바뀌면서 원통형, 각형보다는 파우치형 수요가 늘었다.
최근에는 다시 원통형을 중심으로 소형 배터리 시장이 주목받는 분위기다. 전동공구, 청소기, 정원도구 등 무선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근거리 주행이 가능한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에서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전기차에 장착되는 경우도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노트북과 태블릿에 꾸준히 탑재되는 가운데 웨어러블 시장에서도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스마트워치, 피트니스 제품, 무선 이어폰 등이 대표적인 웨어러블 기기다. 몸에 착용한 채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기기들인 만큼 다양한 형태로 가공할 수 있는 파우치형 배터리가 주로 장착된다.
글로벌 소형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은 중국과 일본을 모두 앞서고 있다. 배터리 3사 중에서는 삼성SDI(006400)가 가장 선두인데 2014년에는 소형 배터리 사업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26.8%)를 기록하고 경쟁 우위를 가져가고 있다. 앞으로도 고부가가치 소형 배터리를 개발하고, 기존 협력사와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 중대형 꽉 잡은 LG에너지솔루션… 中 성장은 변수
통상 배터리 업체들은 중형과 대형 배터리를 중·대형으로 묶어서 소형 배터리와 구분한다. 중형은 전기차에 주로 탑재되고, 대형은 ESS에 들어간다. ESS는 에너지를 저장해 필요할 때 쓸 수 있어 향후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 시대 필수 전력장치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중대형 배터리가 향후 배터리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배터리 출하량은 221GWh(기가와트시)로, 연평균 32% 성장해 2030년에는 3670GWh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전기차와 ESS에 쓰이는 중대형 배터리 시장 수요는 165GWh에서 3568GWh로 연평균 예상 성장률은 36%다.
용도별로 보면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이 143GWh에서 3257GWh로 연평균 36.7% 증가할 전망이다. ESS는 20GWh에서 302GWh로 연평균 31.2% 증가하고, IT기기는 58GWh에서 111GWh로 6.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사실상 전기차용 비중이 65%에서 89%로 증가하며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형이 주로 쓰이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다. 올해 1~3월 판매된 글로벌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을 보면 LG에너지솔루션 점유율 (28%)이 가장 높았고 CATL(24.4%), 파나소닉(18.5%), SK온(10.9%), 삼성SDI(10.1%)가 뒤를 이었다.
최근 중국 업체가 중국 밖 시장에서도 입지를 강화하는 것은 한국 업체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CATL을 중심으로 일부 중국 업체들은 비(非)중국 시장에서도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용 다음으로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ESS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 점유율은 하락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글로벌 ESS용 배터리 시장에서 2위(18.5%), 3위(17.8%)를 차지했던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각각 5위(7.4%), 4위(7.5%)로 떨어졌다. 지난 2020년에 절반을 넘었던 두 회사의 ESS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21년 36.3%, 지난해 14.8%로 추락했다. 중국 업체들이 중국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활용해 저가 공세를 펼친 결과다.
지난해 글로벌 ESS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는 CATL(43.4%)이고 BYD(11.5%)와 EVE(7.8%)가 뒤를 이었다. ESS용 배터리 시장 내 중국 업체의 점유율을 모두 합치면 70%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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