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고공 행진한 항공권 가격에 비해 공항 안전과 항공업계 서비스는 불만족스럽다는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운항편이 늘며 팬데믹 기간 대비 사건·사고 및 민원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그간 몸집을 줄였던 공항 측과 지상조업계가 부랴부랴 인력 확보에 나서며 전문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 국내선 출발층에서 승객들이 비행기 탑승을 위해 줄 서 있다./뉴스1

◇ 여객 몰리며 안전사고도 함께 늘어

16일 항공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최근 안전사고에 따른 항공기 결항·지연 사례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4월까지 국내 공항 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지상 안전사고는 총 94건이다. 2019년 27건이던 사고 건수는 2020년 코로나19에 따른 여객 감소로 14건으로 줄었다. 이후 2021년 17건, 2022년 28건으로 2년 연속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대한항공(003490), 진에어(272450) 등 주요 항공사 및 외항사의 안전사고와 공항 보안 문제가 최소 8건 발생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인천공항 주기장에서 진에어 여객기와 지상에서 조업하던 기내식 운반 차량이 충돌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여객기 동체가 파손돼 예정됐던 운항편이 4시간 지연됐다. 지난달 21일에는 대한항공 여객기가 정지선을 넘어 정지해 이륙하던 에어부산 여객기와 충돌할 뻔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공항과 여객기 내에서 3차례 실탄이 발견되는 등 공항 보안 공백을 보여주는 사건도 이어졌다. 공항 보안 인력은 감소 추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의 보안 검색 요원은 5월 기준 정원 1890명에 360여명 부족한 1520명이다. 김포국제공항의 보안 인력은 지난달 기준 283명으로 정원보다 23명 부족하다.

승객 A씨가 공개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에서 나온 이물질. /네이버카페 '스사사' 캡처

◇ 항공권 가격은 크게 올랐는데 서비스는 ‘불만족’

높은 항공권 가격 대비 항공사 서비스 질이 떨어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은 기내식에서 나온 이물질 때문에 승객의 치아가 손상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됐다. 승객 A씨는 지난달 16일 하와이 호놀룰루발 인천행 아시아나항공 OZ231편 여객기에 탑승한 뒤 기내식으로 제공된 비빔밥을 먹다가 치아 3개가 손상되는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높아진 항공권 가격과 비교하면 항공사 서비스품질은 나아진 것이 없다며 불만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국외여행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931.4% 늘었고, 항공·여객 관련 상담은 321.7% 증가했다. 이 기간에 접수된 항공권 관련 상담 건수는 모두 1627건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3배 이상 늘었다.

항공권 가격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고공행진 중이다. 대한항공의 7월 말~8월 중순 인천~뉴욕 왕복 항공권은 약 320만원(일반석)인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7월말에는 140만~150만원 수준이었다.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 취업지원센터에서 열린 '인천국제공항 상주기업 채용의 날' 행사를 찾은 구직자들이 면접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 그간 줄였던 항공 인력, 다시 늘리는 중

항공업계는 코로나19 기간에 많은 업체가 규모를 줄였고, 다시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내식의 경우 항공사와 계약을 맺은 각 업체가 제조하는데, 상당수 업체가 코로나19 기간에 폐업하거나 규모를 줄였다.

항공 안전과 관련된 사건·사고에 대해서는 그간 줄었던 공항 보안 및 지상 조업사 인력을 다시 채용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이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상조업직은 기내 청소부터 항공기 급유, 견인, 수하물 적재·하역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데, 각 항공사와 계약을 맺은 조업사가 고용한다. 임금 대비 업무 강도가 높아 코로나19 기간 전체 인력의 약 30%가 배달업종 등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지상조업계에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을 지시하고 있지만, 업계는 외국인 인력 고용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한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과 국토교통부는 공항에 상주하는 지상조업사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채용 박람회를 열기도 했다.

공항 보안 인력은 인천국제공항과 한국공항공사가 채용해 교육한다. 항공 보안 사고가 계속되자 한국공항공사는 최근 ‘항공보안 강화 종합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자회사인 항공보안업체와 함께 직원들의 인적 역량 강화 및 운영·관리, 제도적 개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