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에 따른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도 아연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경기 악화로 아연 최대 수요처인 철강산업이 주춤한 영향이다. 올해 아연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 것이란 기대감도 다소 줄고 있다.

15일 금속업계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아연은 지난 12일 현금가 기준 톤(t)당 2515달러에 거래됐다. 2020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아연 가격은 지난 1월말 t당 3512달러를 정점으로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의 아연 재고량 역시 지난 1월말 1만8575t에서 4만9050t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고려아연 제공

아연 수요가 예상만큼 늘지 않은 영향이 컸다. 아연의 60%는 철강재의 녹이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표면을 도금하는 용도로 쓰인다. 전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이 아연 최대 소비국인 배경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탄소 배출 감축 등을 이유로 철강 생산량을 죄면서 아연의 수요도 줄고 있다. 중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하루 평균 철강 생산량은 208만6900t으로 지난달 동기 대비 7.9% 감소했다.

공급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커졌다. 제련소와 광산회사는 1년 단위로 제련 수수료(TC)를 계약한다. 그 기준인 벤치마크 TC가 올해 t당 274달러로 지난해보다 19% 올랐다.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기요금이 폭등하면서 공장 가동을 멈췄던 유럽 제련소들이 다시 아연 생산에 나설 여건이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국제 연·아연 연구소(ILZSG)는 올해 아연이 전년 대비 3% 늘어난 1286만t 생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전히 아연 공급보다 수요가 4만5000t가량 높을 것으로 봤으나, 지난해 10월 공급 부족분을 15만t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눈높이를 낮췄다.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비용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아연 공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 국내 금속업계에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아연 생산량 세계 1위인 고려아연(010130)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8149억원, 영업이익 1549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지난해 동기보다 매출은 0.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9.8% 줄었다.

금속업계 관계자는 “제련 수수료가 뛴 만큼 앞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면서도 “금속업도 경기 흐름과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어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언제 개선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