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계열사 수를 절반으로 줄인 동성그룹이 인도네시아에 두 번째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동성그룹은 지난 2017년 비상장사 지주사를 세운 후 탄탄한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여러 법인에서 운영하던 사업을 통합하는 데 주력해왔다. 신규법인 설립을 계기로 사업 확장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 폴리우레탄 수지로 업계 선도
동성그룹은 1959년 창업주 고(故) 백제갑 회장이 설립한 동성화학을 모태로 한다. 부산에 근거를 둔 기업으로, 197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폴리우레탄을 양산했다. 이후 폴리우레탄 수지를 자체 개발하며 폴리우레탄 원액, 합성피혁용 표면처리제 등 다양한 신발소재를 생산하며 업계를 선도했다.
1998년 경영 일선에 오른 백정호 회장은 폴리우레탄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2000년 의료용품 연구개발 제조기업 제네웰을 설립한 것이 시작이었다. 2008년 지주회사인 동성홀딩스를 세운 뒤에는 2009년 초저온 보냉재 제조업체 화인텍(현 동성화인텍(033500)), 2014년 중장비부품 제조업체 도하인더스트리(현 동성티씨에스)를 인수하며 사세를 넓혔다.
새롭게 설립한 기업들은 업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자리잡았다. 제네웰은 폴리우레탄 기술을 접목시킨 국내 최초 창상 피복제인 메디폼을 개발하며 세계시장에 진출했다. 동성화인텍은 액화천연가스(LNG) 보냉재 부분에서 세계 시장 60%를 점유하고 있으며, 동성티씨에스는 산업용 장비 및 자동차 제작에 필요한 부품을 생산해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동성그룹의 연결기준 매출은 1조1401억원, 영업이익은 55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각각 23.1%, 22.2% 성장했다. 동성케미컬(102260)이 매출의 46.5%를 차지하고 있으며, 동성화인텍이 38.1%, 동성티씨에스가 8.9%로 뒤를 잇는다. 나머지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중국 광저우시, 베트남 등에 설립한 신발창 제조법인 및 제네웰이다.
◇ 3세 승계 탄탄… 핵심은 오너일가 회사 디에스티아이
동성그룹은 현재 지주회사인 디에스티아이(DSTI)와 중간지주회사 성격의 동성케미컬을 필두로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디에스티아이가 동성케미컬의 지분 41.5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동성케미컬은 9개 계열사의 지분을 38.4%~100%씩 확보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디에스티아이는 백정호 회장과 장남 백진우 동성케미컬 대표이사가 각자 보유한 동성코퍼레이션(구 동성홀딩스)의 지분을 전량 현물출자해 2017년 설립한 회사다. 백 회장과 백 대표의 지분은 각각 72.39%, 27.61%다. 과거엔 백 회장과 백 대표가 동성케미컬 지분을 보유해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였는데, 중간에 디에스티아이를 끼워넣은 것이다.
1984년생인 백 대표는 미국 보스턴대를 졸업하고 삼정KPMG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다 2014년 동성그룹에 합류했다.
동성그룹은 2017년 이후 매년 계열사 1~6개를 합병·청산하며 사업을 통합하는 데 주력했다. 2017년 22개에 달했던 계열사는 지난해 9개로 감소했다. 미국 등 해외법인이 청산됐고, 2021년에는 주요 계열사였던 동성화학이 동성코퍼레이션에 흡수합병됐다.
백 회장 일가는 사업지주회사인 동성케미컬의 지분을 꾸준히 늘리며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디에스티아이는 2022년 9월부터 한달간 동성케미컬 주식 21만2890주를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41.15%에서 41.55%로 끌어올렸다. 백 대표도 작년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3만2610주를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1.61%에서 1.67%로 높였다.
배당도 늘렸다. 디에스티아이는 2021년초 120억원(별도기준)을 배당했고, 작년에는 797억원을 지급하기로 결의했다. 절반을 세금으로 낸다고 가정해도 지난 2년간 오너일가가 약 450억원을 수령한 셈이다.
◇ 인니 법인 세우고 친환경 사업 확대
탄탄한 매출과 후계구도를 기반으로 동성그룹은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성케미컬은 작년 6월 자매회사인 ‘BAEK&CO’와 합작투자하는 방식으로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IDS)을 설립했다. 동성케미컬이 인도네시아에 법인을 설립한 것은 자카르타 법인(JDS)에 이어 두번째다.
동성케미컬은 법인 설립을 통해 신발밑창 시장이 커지고 있는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발밑창의 수요기업인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글로벌 기업이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확장하는 것을 기회삼아 제품 수요 증가에 대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친환경 사업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동성케미컬은 지난해 생분해 포장재 브랜드 ‘에코비바(ECOVIVA)’를 출시하고, 이를 활용한 에어캡과 아이스팩, 테이프 등 포장재를 선보였다. 에코비바는 일정한 온도와 미생물 조건이 갖춰지면 6개월 이내에 90% 이상이 자연 분해되는 특성이 있다.
올해 1월에는 바이오 플라스틱 사업부를 신설하며 조직에도 변화를 줬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생분해 플라스틱과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자연유래 성분을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을 포괄하는 의미다. 새로운 조직을 통해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 진입 기반을 마련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