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용 보냉재(단열패널) 생산업체 한국카본(017960)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한국카본에서는 최근 큰 사고가 잇달아 발생해 경영진의 안전 관리 능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한국카본 지분을 5.18%에서 6.56%로 늘리고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자본시장법상 기관투자가가 기업 지분을 보유하는 목적은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 등 3단계로 구분되는데, 일반투자는 단순투자보다 적극적인 유형의 주주 활동이 가능하다. 배당과 관련된 주주활동은 물론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을 추진할 수 있다. 회사와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응해 해임청구 등 상법상의 권한도 행사할 수 있다. 보유목적을 바꾼 것은 국민연금이 한국카본의 경영 활동을 지금보다 더 꼼꼼하게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다.
앞서 한국카본은 지난달 21일 새벽 경남 밀양시 상남면에 위치한 한국카본 밀양 제2공장의 LNG 화물창 단열패널(IP) 가공조립공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생산이 중단됐다. 업계에서는 한국카본이 이 화재 피해로 LNG 화물창용 보냉재(단열패널) 생산능력의 3분의 1을 잃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조선사가 LNG운반선 및 LNG추진선을 잇달아 수주하면서 보냉재 시장을 양분하는 한국카본과 동성화인텍(033500)이 역대 최대물량을 조선소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큰 상황이었다. 조선업계는 생산 여력이 빠듯한 상황에서 한국카본 화재에 대한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됐다.
한국카본은 HD한국조선해양(009540) 계열 조선사에 연내 공급하기로 한 900억원대 보냉재 납기를 수개월씩 미뤘다. HD현대중공업(329180)향 물량 786억원어치는 5개월, HD현대삼호중공업으로 갈 물량 161억원어치는 3개월이 늦어지게 됐다.
한국카본은 4월 27일부터 소실된 IP가공조립공정을 제외하고 설비라인을 우회해 생산을 재개했다. 밀양 제1공장 유휴부지를 활용해 1년 내에 생산력을 증설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화재 전 90%대 가동률을 보이던 공장을 이번 기회에 확대해 전화위복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12월 15일에는 밀양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한 주 뒤인 12월 22일에는 단열재 절단기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근로자 1명이 크게 다쳤다. 지난해 12월의 두 사건은 여전히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한국카본은 지난해 12월 사고 이후 부사장급 전사 안전 책임자를 새로 선임했고, 각 공장 단위 안전 책임자도 정비했지만 지난달에 밀양 제2공장 화재가 또다시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