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박람회(World Expo)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이벤트로 꼽힌다. 한국은 2030년에 열리는 엑스포를 부산에서 개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엑스포 개최는 국가적인 과제다. 일본의 오사카와 중국 상하이는 엑스포를 거쳐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했다. 엑스포 개최의 의미와 도전 과정을 살펴본다.[편집자주]

부산의 자매도시 상하이가 세계 도시로 성장하고 위상을 굳힌 배경에는 엑스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는 그간의 엑스포 관련 기록을 새로 쓰며 가장 성공한 엑스포로 꼽힌다. 상하이는 중국 정부의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바탕으로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13조원이 넘는 직접적인 경제효과를 누린 것으로 분석된다.

상하이 엑스포는 지난 2010년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더 나은 도시, 더 나은 삶(Better City, Better Life)’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전 세계 190개국, 56개 국제기구, 18개 기업관, 50개 도시관이 참가했다. 서울 여의도 면적 3분의 2에 해당하는 5.28㎢의 행사장 규모는 도시 전체가 엑스포 전시장이었던 2020 두바이 엑스포 전까지 역대 최대 규모였다. 7540만명의 참석자도 역대 최대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중국 상하이 도심 모습. /신화 연합뉴스

◇ 중국, 7년간 직간접 인프라 집중 투자

상하이 엑스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추진력이 꼽힌다. 상하이시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엑스포 유치를 위해 투입한 자금은 직접투자비 180억위안(한화 약 3조4000억원), 운영예산 106억위안(약 2조300억원)을 합해 286억위안(약 5조4000억원)이다. 그러나 엑스포 준비를 위한 도로 건설, 공항 증축, 도시 정비 등 인프라에 투입한 간접 비용까지 포함할 경우 최대 4000억위안(약 76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중국 언론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개최지 선정 이후 약 7년간 엑스포 준비에 총력을 다했다. 상하이는 2002년 12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4차 투표 끝에 한국의 여수를 제치고 개최지로 뽑혔다. 중국 정부는 엑스포를 계기로 상하이를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도시로 만든다는 의지를 드러내 왔다.

2010 상하이 엑스포 지도. /국제박람회기구(BIE) 제공

중국 정부가 엑스포 유치를 구상한 건 1993년 5월 BIE 46번째 회원국이 된 시점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이후 1999년부터 2010년 엑스포 유치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상하이를 후보지로 내세웠다. 상하이는 경제올림픽으로 불리는 엑스포에 부합한 도시라는 평가가 많았다. 상하이는 2008년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달러를 넘어선 중국의 첫 도시가 됐다.

인프라 투자 규모만 두고 보면 상하이 엑스포가 베이징 올림픽을 약 10% 웃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엑스포를 위해 도로망, 항공, 철도망 등을 새로 구축하고 확대했다. 상하이 고속도로 연결구간, 도심 고속화도로를 확장하고 엑스포 부지 주변으로 교량, 터널, 도로를 연달아 건설했다. 푸둥, 홍차오 공항의 이착륙 횟수, 수용 규모를 대폭 늘리는 것은 물론, 철로나 장거리 셔틀버스 노선을 마련해 수송능력을 확보했다.

중국 정부는 경제적인 지원 외에 시민 의식 개선을 위한 각종 캠페인도 적극적으로 실시했다. 외출 시 잠옷 차림 등 불량 복장 삼가, 빨간불 무단횡단, 새치기 금지 등 구체적인 행동 강령이 나왔다.

중국 상하이 항구의 컨테이너선. /트위터 캡처

◇ 경제효과 13조원 규모… 중장기 개발 탄력

상하이 재경대학 엑스포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엑스포로 상하이가 누린 직접적인 경제효과는 약 800억위안(약 13조4000억원)으로 신규 일자리는 63만개가 창출됐다. 베이징올림픽보다 투자 규모가 크기도 했지만, 그로 인한 경제 효과도 3.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에서는 엑스포로 인한 소비 창출, 투자 유치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면 상하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포인트(p), 중국 전체 GDP는 2%p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래픽=정서희

엑스포를 전후로 상하이를 찾는 방문객 수는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상하이관광청에 따르면 엑스포가 열린 2010년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까지 연평균 상하이 방문객은 833만627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엑스포가 열리기 전인 2000년~2009년까지 약 10년간 연평균 방문객 458만1800명보다 81.9% 증가한 수준이다.

중국 내 투자도 급증했다. 엑스포가 열린 2010년 초부터 9월까지 상하이에 투자한 외자 총액은 113억4000만달러(약 15조원)로 전년동기대비 15.3% 증가했다. 해당 기간 상하이 주변 지역에 대한 투자도 최대 50%까지 늘었다. 숫자만 보면 엑스포로 번 금액보다 투자 금액이 더 컸지만, 직접적인 경제효과 이후 중장기적인 상하이 개발 상황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득을 봤다는 평가다.

2010 상하이 엑스포의 중국관(가운데)./국제박람회기구(BIE) 제공

상하이 이전에 엑스포를 개최한 대부분의 국가가 도시 외곽에 엑스포 부지를 마련한 것과 달리, 중국 정부는 상하이 도심에 부지를 조성했다. 상하이 엑스포 부지는 100년 넘은 철강공장, 방직공장, 조선소, 무허가 주택 등이 밀집된 낙후 지역이었다. 엑스포를 위해 약 1만8000가구와 272개 공장이 이전됐고,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상하이 도심 안팎의 개발이 본격화됐다.

상하이는 1990년대 이후 고도의 서비스 중심지로 부상하기 위해 국제경제센터, 국제금융센터, 국제무역센터, 국제해운센터 등 4개 국제센터 기능을 육성했지만 주변 지역과 기능적인 연계가 취약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제조업을 두고 경쟁하는 공업도시형 모델에서 탈피하지 못했는데, 엑스포를 계기로 대규모 인프라 정비, 주변 지역과의 통신, 교류, 협력 체제 등이 구축되면서 경제모델이 전환하는 기회가 됐다는 의미다.

포스코경영연구소는 “중국 정부는 상하이 엑스포를 통해 상하이뿐 아니라 중국 전체의 경제 성장을 끌어내겠다는 전략이었다”며 “국내 최대 경제지역인 상하이와 장강 삼각주 지역을 중국 최대 내수시장으로 키우고 다른 도시로 내수시장을 확대해 경제의 전환점을 마련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부산에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가운데, 국내외 안팎에선 부산과 중국 상하이가 여러모로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은 한국의 제2도시이면서 최대 항구도시로 1970~80년대 부산항은 수출의 심장부 역할을 했고, 21세기 들어서는 관광과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나가고 있다. 상하이는 중국 제2의 도시이자 상업, 금융, 무역의 중심지다. 상하이항은 2010년부터 11년 연속 컨테이너 항만 물동량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부산과 상하이는 1993년 8월 24일 자매도시 협정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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