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로페이를 도입하고 한참 혜택을 홍보하던 2019년 한 매장에 방문했습니다. 제로페이를 쓰려고 했더니 사장님이 포스(POS·판매시점 정보관리) 기기에서 결제하지 않고 제게 매장의 QR코드를 직접 스캔해서 결제하라고 하시더군요. 제로페이도 결제수단 중 하나인데 포스와 제대로 연동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제대행사와 교육계 스타트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경력을 쌓은 박준기 페이히어 대표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오프라인 결제 시스템이 가진 한계를 체감했다고 했다.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는 결제수단은 다양해지는데, 이를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는 결제 서비스를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매장의 중심이 되는 포스 자체를 새롭게 만들어야 이 문제를 풀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면서 “직접 해결해보기로 마음먹고 2019년 7월 다니던 회사를 나와 창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 후 클라우드 기반의 포스 소프트웨어 ‘페이히어’를 선보였다. 원하는 기능을 선택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구독할 수 있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특성상 태블릿이나 PC, 핸드폰 등 전자기기를 통해 매장을 관리할 수 있어 부피가 큰 포스기기가 불필요하다. 실시간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사용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기도 쉽다.
페이히어는 출시 초기 음식점과 카페 점주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고, 현재 3만5000여곳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창업 3년만에 고용인원은 150명으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유치까지 성공했다. 박 대표를 강남구 역삼동 페이히어 본사에서 만났다.
-페이히어 서비스의 장점은 무엇인가.
“키오스크, 테이블 오더(손님이 테이블에서 직접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 대기 등 흩어져 있는 매장 관리 서비스를 어플리케이션(앱) 하나에 담아 편의성을 높였다. 페이히어 앱을 설치하고 카드 단말기를 무선으로 연결하면 자유롭게 주문받고 결제할 수 있다. 고객 관리 기능도 탑재돼있어 고객을 등록하고 쿠폰을 적립하는 업무도 처리할 수 있다.
클라우드의 특성상 새로운 결제수단과 연동하기가 쉽다는 장점도 있다. 기존 포스기기는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결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결제수단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이히어는 간단한 업데이트를 통해 손쉽게 연동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 도입된 애플페이도 사용 가능하다.”
-서비스는 얼마나 자주 업데이트되나.
“일주일에 한 번씩 업데이트를 한다.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업데이트하는 경우가 많고, 회사의 방향성에 맞춰 반영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윈도우·맥 등 PC버전까지 나오면서 업데이트가 더 잦아졌다. 경쟁사에서도 페이히어의 업데이트 노트를 보고 참고한다고 들었다.
가장 최근에는 증정쿠폰을 단골 손님에게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추가했다. 현재 페이히어에서는 고객들에게 알림 메시지나 전자영수증을 보낼 수 있는데, 고객 관리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올해 3월에는 기존 서비스를 고객관점에서 재설계한 ‘앱 2.0′을 출시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서비스화면)를 다 바꿔서 고객의 편의성을 높였다.”
-현재 페이히어를 사용하는 매장이 얼마나 되나.
“3만5000여곳이다. 서비스를 출시한 지 3년만에 거둔 성과다. 출시 첫해에는 가맹점이 1000여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듬해 9000곳이 늘었고, 작년에는 2만곳이 넘게 증가했다. 초기에는 코딩작업을 하면서 가맹점주들과 미팅을 하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 당시 회사가 판교에 있었는데, 직원 3명이 서울과 경기도 일대를 다 돌아다녔다.
다행히 고객들이 저희 제품을 믿어주신 덕분에 가맹점을 확대할 수 있었다. 출시 초기 페이히어의 서비스는 탑재된 기능 수 측면에서 지금의 10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었다. 2020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여파로 거리두기가 강화되는 등 악재도 있었지만 고객들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견뎌낼 수 있었다.”
-가맹점은 어떻게 관리하나.
“별도 고객관리 조직을 갖춰 실시간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직원들이 직접 가맹점을 찾아다니면서 불편한 것은 없는지,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일일이 확인해 고객이 지적한 문제를 바로 서비스에 반영했다. 이런 부분들이 고객들이 이탈하지 않고 꾸준히 사용하게 된 배경이 된 것 같다.
직원들이 가맹점을 스스로 찾아다닐 수 있는 장치도 만들었다. 회사 복지제도 중 하나인데, 직원들이 페이히어 가맹점에서 결제하면 매달 일정금액을 현금으로 돌려준다. 내가 만든 서비스를 사용자는 어떻게 쓰고 있는지 확인해보라는 취지였다. 직접 다녀온 직원들이 내부 메신저에 사장님들의 고민을 공유해주는데, 한달에 메신저가 100개 이상 올라오기도 한다.”
-고객들의 반응은 어떤가.
“1년 반 전에 조사했던 NPS(고객 충성도 조사)는 높게 나왔다. 앱 이용후기를 봐도 평가가 좋은 편이다. 불편하거나 부족한 점을 따끔하게 말씀해주시는 고객분들이 있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반응이 95% 이상이다. 저희가 단말기를 무료로 수리해 드리면 매장에서 만드시는 빵이나 쿠키를 넣어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다.
폐업해서 이탈하는 고객도 적은 편이다. 자영업자가 창업 후 1년 이내에 폐업할 확률은 30%, 3년 내 50%, 5년 내 80%다. 페이히어 고객 이탈률은 1년차가 10~15% 수준으로, 폐업률보다 낮다. 폐업하지 않은 고객이 이탈하는 경우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이탈하는 고객의 대부분은 모바일 포스 자체가 불편한 50-60대 고객들이다.”
-페이히어의 수익구조는 어떻게 되나.
“페이히어는 대부분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몇가지 서비스는 유료로 제공하는데, 테이블 오더나 웨이팅 관리가 그 사례다. 일정금액을 내면 상담부터 웨이팅에 필요한 키오스크 기기 설치·관리까지 제공한다.
최근에는 고객 관리를 고도화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수집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을 10번 구매한 고객은 브론즈, 20번 구매한 고객은 실버로 구분해준다. 점주는 등급별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출시한 지 두달이 됐는데 현재까지 수억원가량 매출이 발생했다.
아직 일부 매출은 하드웨어 판매에서 나온다. 소상공인들에게 필요한 카드 리더기 등 단말기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유통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과 실용성에 맞춰 위탁생산해 판매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근거리 무선 통신(NFC) 단말기나 결제 단말기와 영수증 프린터를 탈부착할 수 있는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간의 경영 실적을 말해달라.
“누적 투자 유치액은 350억원이다. 작년 3월 해시드와 소프트뱅크벤처스, 미래에셋캐피탈로부터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고, 최근에는 200억 규모 시리즈 B단계 투자도 유치했다.
기업 규모도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현장인력 등을 포함해 150여명을 고용했고, 지금도 많은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사용자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시장을 혁신하고 싶은 동료들과 협업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