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을 다해 영구 정지되는 원자력발전소가 늘면서 원전해체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오는 2030년부터 관련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고리1호기 해체를 앞두고 원전해체 산업에 대한 정부 투자가 늘고 있다. 올해부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산하 원전해체연구소를 비롯해 오르비텍(046120), 수산인더스트리(126720) 등 민간에서 관련 기업이 지원을 받을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9일 ‘2023년도 원전해체 경쟁력 강화 기술개발사업 신규과제 1차 선정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시한 각각 19개, 4개 과제를 수행할 기관, 기업을 선정해 약 37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최종 결과는 1차 선정 기관 및 기업이 제출한 연구개발계획서 검토를 거쳐 7월에 발표된다.
해당 사업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초 발표한 ‘원전 해체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정부는 2030년까지 3482억원(국고 2660억원, 지방금 등 민간부담금 822억원)을 투자해 원전 해체 전문기업 100개를 육성하고, 이를 담당할 전문인력 2500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같은 기간 원전 해체 분야에서 해외 수주 1억달러(한화 약 1300억)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산업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해체를 앞둔 전 세계 영구정지 원전은 204기다. 현재까지 해체된 원전은 21기에 불과한 상태로 초기 원전을 도입한 국가인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원전해체 시장을 선점해 왔다. 수명 연장이 불가능한 노후원전이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는 2030년이 되면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 규모는 100조원대를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 사업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반면 원전 해체 사업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내 원전 26기 중 영구 정지된 원전은 고리1호기, 월성1호기다. 당장 해체가 예정된 건 2017년 멈춘 고리1호기로 월성1호기의 해체 목표 시점은 2026년 이후다. 고리1호기 영구 정지 당시 해체를 시작하기로 목표한 시점은 지난해 6월이었다.
이번에 정부가 지원하는 분야는 크게 ▲현장맞춤형 해체기술 경쟁력 강화 ▲원전해체 핵종분석 및 실증기반 구축 ▲안정성 강화 해체선도기술 개발이다. 올해 지원 예산 370억원의 약 70%인 250억원이 현장맞춤형 해체기술 분야에 투입될 예정으로, 현재 응용 수준에 있는 해체기술을 연계해 절단-제염-폐기물 처리-부지복원 기술을 상용화하고 실증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1차 선정평가 결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관에는 한수원 산하 원전해체연구소를 비롯해 대한전기협회, 오르비텍, 수산인더스트리, 엘씨젠, 선광티앤에스, 빅텍스, 노바테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원전해체연구소와 대한전기협회는 정부가 지정한 신규 정책 과제를 수행하고, 민간 기업은 세부 품목 개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원전해체연구소가 담당하는 과제에 투입되는 예산이 175억원으로 가장 많은 상황이다. 원전해체연구소는 원전해체를 전담하는 국내 최초 연구소로 지난 2020년 한수원과 산업부 주도로 설립됐고, 2026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지난해 10월 착공을 시작했다. 최근 기관명이 원전해체연구소에서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으로 변경됐는데, 정부 정책 기조 등에 부합하기 위한 취지라는 게 연구원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