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기업 대동(000490)이 올해 경기 위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생산 목표를 늘려 잡았다. 대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농기계 생산을 늘려 2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최대 실적을 냈다.
13일 농기계 업계에 따르면 대동은 올해 1분기 매출액 목표를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늘렸다.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을 제외한 자체 제품 연간 생산 목표도 17% 높게 잡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제조업 시장 전반이 위축되면서 농기계 업계에 생산 감축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이례적인 판단이라는 평가다.
대동과 TYM(002900) 등 국내 농기계 기업은 코로나19 유행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실적이 급성장했다. 코로나19 기간에 북미 지역에서 취미로 밭을 경작하는 ‘하비 파머(hobby farmer)’가 증가했는데, 한국산 트랙터는 글로벌 기업 제품보다 크기가 작고 가격이 합리적이어서 인기를 끌었다. 북미 수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도 크게 올랐다. 그러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이 오면서 업계는 올해 북미 수출 물량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럼에도 대동은 올해 매출과 생산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높게 잡았다. 이번 결정엔 원유현 대표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원 대표가 생산 증대에 의지를 보이는 건 지난 3년 간의 경험 때문이다. 대동은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자 오히려 생산량을 늘렸고 그 결과 매출 1조원을 사상 처음으로 돌파했다.
농기계의 연간 생산량(OEM 포함)은 2019년 2만2795대에서 2020년 3만329대로 1년 만에 7000대 이상 늘렸다. 2021년엔 또 다시 1만3000대 이상 늘려 4만3443대를 생산했고, 지난해엔 이보다 많은 4만7526대를 생산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2022년 생산량은 두 배 이상이 됐고, 금액은 4374억원에서 7377억원이 됐다.
TYM은 같은 기간 2019년 1만4919대에서 2020년 1만5383대로 소폭 늘린 뒤 2021년 들어 2만1000대를 넘겼다. 지난해엔 2만4000여대를 팔았다.
대동 관계자는 “코로나19 발발 당시 농기계 업계를 비롯해 산업계 전반은 이를 중대한 위기로 인식해 생산량을 줄여나가고 있었다”며 “그러나 원 대표는 반대로 위기 속에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생산량을 줄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에서 우려가 나오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예기치 못했던 북미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돼 이를 계기로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코로나19 효과가 줄고 제조업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원 대표는 또다시 ‘베팅’에 나섰다. 실제 1분기 생산량은 목표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대동은 당분간 이같은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창고 증설 논의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동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위기를 기회로 보고 또 한 번의 성장 기회를 모색 중”이라며 “북미를 넘어 유럽 등 수출국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