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 기술에 대해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국내 모터·발전기 제조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영구자석은 전기차 및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모터·발전기를 제조하는데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업계에서는 희토류 및 자석 제품 자체에 대한 수출 규제가 아니라 직접 영향은 없겠지만, 향후 제품 수출 차단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수출 금지·제한 기술 목록 개정안에 희토류 영구자석인 네오디뮴 영구자석과 사마륨 코발트 영구자석 제조 기술을 추가하고 지난 1월 정부 내 의견 수렴 절차를 마쳤다. 이에 따라 희토류 영구자석 기술 수출 통제는 올해 안에 본궤도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 기술이 중국 수출 규제 목록으로 확정되면, 영구자석 제조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은 국내 등에서 자체 생산하지 못하고 중국산 영구자석 완제품을 사야한다.
희토류 영구자석은 전기차 구동모터, 항공기와 로봇, 휴대폰, 에어컨과 세탁기 등 첨단 제품에 두루 쓰인다. 제품 소형화를 위한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철 성분이 높은 기존 자석에 비해 2배 이상 자성이 강해서 작은 크기로도 충분한 자기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희토류 영구자석은 중국산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생산국별 세계시장 점유율은 네오디뮴 자석 중국 84% 일본 15%, 사마륨 코발트 자석 중국 90%, 일본 10% 등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제품 수출까지 제한할 경우 전세계 차원에서 공급망 충격이 불가피한 이유다.
산업용·선박용 발전기를 생산하는 두산에너빌리티(034020)나 HD현대일렉트릭 등이 직접 영향권에 든다. 전기차 및 전자제품 등에 쓰이는 각종 모터를 생산하는 LG전자(066570), 현대모비스(012330), SNT모티브(064960) 등도 영향을 받게 된다. 다만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자회사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은 영구자석은 만들지 않고 모터에서 영구자석을 감싸는 모터코어만 생산해 영향권 밖에 있다.
다만, 자석 제조 기술 수출만 제한하는 단계에서는 중국산 제품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 SNT모티브는 중국의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사 3~4곳으로부터 자석 부품을 수입하고 있으나 단기적으로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희토류 영구자석을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 ABB로부터 공급받고 있지만 역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를 추진하면서 희토류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희토류 수출을 원천 금지하지 않아도 원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실제 SNT모티브에 따르면, 영구자석 가격은 2020년 개당 402원에서 2021년 428원으로 올랐고, 지난해에는 617원으로 상승했다.
이에 일부 전기차 부품사는 아예 희토류 영구자석을 빼버린 모터 제품도 개발중이다. 지난해 독일 자동차 부품사인 비스테코는 지희토류 영구자석 대신 전자석을 이용한 제품인 외부 여자(勵磁)형 동기 모터(EESM, Externally Excited Synchronous electric Machine)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