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 보잉(Boeing)이 우리 군을 비롯해 국내 방산업계와 함께 미래 무기체계를 연구·개발(R&D)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보잉은 우리 군 등과의 개별 사업 절충교역을 통합해 국제 공동 연구·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절충교역은 방산 물자를 수출입할 때 구매국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해당 국가의 무기, 장비 또는 부품을 수입해주는 등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1월 데이비드 칼훈(David Calhoun) 보잉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하면서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탄력을 받았다.

우리 해군이 운용할 대잠초계기 P-8A '1·2호기'가 미국 워싱턴주 렌턴 소재 보잉 공장에 주기 중이다. /뉴스1

우선 공동 연구·개발을 위해 업무 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보잉과 함께 방위사업청, 각 군,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등이 참여한다.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선정한 뒤 보잉과 개발 범위를 분담해 사업을 진행하고 국내 전력화나 공동 수출까지 나서는 것이 목표다.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 발굴을 위한 기초 연구가 오는 9월까지 예정돼 있어, 올해 4분기쯤 구체적인 사업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또 방산 수출을 위해서 글로벌 방산기업과의 협업은 필수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잉은 우리 정부·기업과 관계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에릭 존(Eric John) 보잉코리아 사장은 지난달 우리 산업통상자원부와 만나 항공우주 등 제조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하면서 오는 4월 부산에서 ‘2023 보잉 공급망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보잉은 공급망 강화를 위해 관심국에서 매년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회의에선 우리 50여개 기업과 1대1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협력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은 보잉과 지난달 5개 기종(767, 767-2C, 777, 777X, 787)의 착륙 장치에 들어가는 주요 기체 구조물을 생산해 직접 공급하는 1억500만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 착륙장치 구성품은 난삭재(절삭이 어려운 소재) 가공 기술과 특수도금 처리 기술이 필요해 민수 사업 중에서도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꼽힌다. 이밖에 대한항공(003490), 현대글로비스(086280) 등과도 제조 부문부터 물류 부문까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