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8시 20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POSCO홀딩스(005490) 정기 주주총회(주총)가 열리는 날이었지만 정·후문 모두 막혀 있었다. 주총장에 들어가려는 금속노조 포스코 노조원들과 입장을 제한하는 안전요원들이 정문과 후문 등에서 대치했다. 몸싸움도 벌어졌다. 포스코홀딩스는 직원 전용 입구와 주주 전용 입구 등을 마련했지만, 모두 막히면서 제때 입장하지 못한 주주들도 나왔다.
포스코홀딩스 주주라고 밝힌 한 개인 투자자는 “오전 8시 50분쯤 포스코센터에 도착해 주총장에 입장하려 했으나, 시위로 정문은 막혀 있었고 담당자는 뒷문으로 들어가라고 안내했다”며 “뒷문도 노조와 안전요원, 경찰이 대치해 막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1시간 가량 지나서 들어갔는데 주총은 폐회를 알리고 있었고 아무것도 할 것이 없었다”며 “주주와 소통하려는 자세가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포스코홀딩스 주총은 작년에도 주주들의 입장을 제한했다. 당시 포스코홀딩스 출범과 본사 주소지 이전 안건을 두고 지역 시민단체와 노조가 정기 주총이 열리는 포스코센터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자 출입구를 봉쇄한 것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안전 문제로 입장을 제한했다는 입장이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다른 주주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금속노조처럼 단체행동을 하는 경우 막을 수밖에 없다”며 “소액 주주도 주주로 확인되면 입장했다”고 말했다.
노조원이라도 포스코홀딩스 주식을 보유한 경우 입장을 제한하는 것이 경영원칙 및 법률상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노조는 근로자로서 중요한 이해관계자”라며 “노조원이 주주라면 주총에서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 조율을 통해 대표자라도 들여보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포스코홀딩스 주총은 주최 측의 관리 능력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법률상으로도 주주총회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주주들이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행사하지 못한 권리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에서 소송을 받아들여도 참석하지 못한 주주들이 결의 결과를 완전히 뒤집을 수는 없었다는 판단이 나오면 결의 취소 승인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법조계 역시 주주의 입장을 방해한 포스코홀딩스 경영진의 판단이 상법에 위배된다고 분석했다.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대표변호사는 “주주총회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적은 주식 수라고 해도 적법성에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에서 결의 취소 승인이 나오기 힘들 수는 있지만, 재판부 판단은 받아야 한다. 법률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포스코홀딩스 정기 주총에선 본사 이전, 사내외이사 선임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건 등 상정된 안건이 모두 ‘이의 없음’으로 통과됐다. 또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폐지하는 안건도 통과됐다. 포스코홀딩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전날 해당 안건이 주주 권리를 축소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지만, 이날 주총에서는 통과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포스코홀딩스 주주들은 주총 현장에 직접 참석하거나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앞서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는 종이 우편물 감축 등 ESG경영 강화를 위한 ‘서면투표에 의한 의결권 행사 폐지’ 건을 주총에 상정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이날 주회에서 “안전과 환경·인권 등 모든 영역을 충실히 이행에 글로벌 ESG 선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국내 기업의 모범이 되는 건전한 지배구조를 가진 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