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인 시대로 접어든 국내 제지업계가 신사업 찾기에 매진하고 있다. 제지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유망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제지업계 1위 기업인 한솔제지(213500)는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성민 상무를 중심으로 친환경 및 신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그는 한솔제지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종이 포장재 ‘프로테고’와 친환경 종이 용기 ‘테라바스’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업체들과 활발한 협업을 주도하고 있다.

조 상무는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자산운용사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2016년 9월 한솔홀딩스에 입사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및 신사업 담당임원으로서 그룹의 미래를 책임지는 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어 내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조성민 한솔그룹 상무, 이도균 무림 대표, 최현수 깨끗한나라 대표, 단우영 한국제지(해성그룹) 부회장.

이무일 창업주의 장손인 이도균 대표가 2020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는 무림그룹은 100% 국내산 천연 생(生) 펄프인 ‘펄프몰드’를 개발해 접시나 도시락 용기, 테이크아웃 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다.

펄프몰드 사업은 이도균 대표가 취임한 뒤 추진한 사업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15년 무림페이퍼(009200)무림P&P(009580), 무림SP(001810) 등 계열사의 사내이사에 오르면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신소재 사업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연구개발에 많은 노력을 들여 사업화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신소재 ‘나노셀룰로오스’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나노셀룰로오스는 펄프에서 뽑아낸 셀룰로오스 섬유를 나노미터 크기(약 10억분의 1m)로 쪼갠 물질이다. 무게는 철의 20% 수준이지만 강도는 5배를 넘는다.

무림 관계자는 “이 대표는 취임 이후 종이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벗어나 사업을 다각화해보자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면서 “이전보다 활발하게 펄프의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미래 사업 발굴에 매진했고, 펄프몰드 사업도 이 과정에서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최병민 회장의 맏딸이자 3세 경영인인 최현수 대표가 2019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깨끗한나라(004540)는 해외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친환경 제지브랜드 ‘N2N’의 일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해외 입지를 확장해가는 모습이다.

깨끗한나라는 현재 미국과 호주, 중국, 일본 등 해외 4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백판지의 경우 수출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베트남 지사를 신설하며 동남아시아 수출 거점을 마련했다.

부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7년에 터진 ‘생리대 파동’의 후폭풍으로 깨끗한나라는 2017년과 2018년에 대규모 영업적자를 냈다. 악조건 속에서 2019년 3월 취임한 최 대표는 수익성을 크게 개선시키면서 그 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밀크’(miilk)라는 복사지 브랜드로 유명한 한국제지도 오너 3세인 단우영 부회장 주도로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있다. 단 부회장은 2008년 한국제지에 입사한 후 복사용지 브랜드 밀크 론칭에 성공하면서 입사 2년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해성그룹 계열사인 한국제지는 2019년부터 골판지(원창포장공업)·백판지(세하) 기업을 사들이며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원창포장공업은 국내 골판지 제조회사 빅4 기업 중 하나이고, 세하는 국내 백판지 시장에서 15% 내외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두 기업을 인수하면서 사세확장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플라스틱의 대체제로 종이가 관심을 받으면서 종이를 활용한 친환경 제품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 현재 다른 기업들과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사업 영역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면서 “친환경 제품 생산을 확대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알리는 것이 향후 오너3세들이 해결해야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